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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Aug 02. 2021

014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놀이

옥상 물놀이-인텍스 풀장

 무더운 여름이 되면 아이들과 수영장, 계곡, 바다 등을 찾아다니며 물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물놀이를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 갔다. 우리에겐 무더운 이 여름에 아이들과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작년엔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견뎠지만 이번 여름은 물놀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고심 끝에 인텍스 풀장을 옥사에 설치하기로 했다.

 


 설치는 신랑의 몫이었다. 안 그래도 더운 걸 싫어하는데 물놀이장 설치를 위해 땀을 뻘뻘 흘렸다. 그리고 놀이방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받기 시작했다. 물을 받는 시간은 인텍스 사각 풀장 중형 기준으로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적어도 오전 8~9시 사이에 물을 받기 시작해야 12시가 돼서 물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인텍스 풀장은 튼튼하지만 설치와 해체가 만만치 않다. 한 여름에 옥상 풀장을 이용할 때는 그늘막이 필요한데 다행히 올봄에 옥상 그늘막 설치도 마쳤다.



  풀장을 완성하고 물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의 물놀이는 시작되었다. 물이 꽉 차야 물놀이를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낮은 높이의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날리고 호스를 따라 나오는 물로 첫째는 동생을 조준하며 호스 물총놀이를 시작했다. 주변 정리를 위해 돌아다니는 엄마와 아빠도 호스 물총의 타깃이 된다. 풀장에 물이 가득 차기를 기다리는 순간순간도 즐겁기만 했다.



 풀장을 처음 개시한 날은 풀장에 물이 반 정도 찼는데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는 중국요리를 배달시키는 선택을 했고 아빠는 이미 물놀이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 상을 물놀이장 안으로 넣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풀장 안에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었다. 그리고 물놀이를 시작하고 한참 후엔 또 배가 고픈 아이들에게 간식이 필요했다. 나는 에어프라이에 구운 텐더와 함께 얼음 동동 오렌지 주스를 아이들의 간식으로 주었다.  우리만의 옥상 풀장은 바이러스와 먹거리로부터 안전하고 실용적인 공간이 되었다.



 작년에는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를 찾다가 결정한 곳이 풀빌라였다. 아이들은 넓고 안전한 곳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지만 풀빌라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 가족은 대부분 아빠가 쉬는 날인 주말을 이용해 야하기 때문에 주말요금까지 추가돼서 대부분 1박에 50만원을 넘겼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대안으로 옥상에 풀장을 설치했다. 풀빌라의 1박 숙소비도 안 되는 가격에 우리는 우리만의 풀장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부터는 풀장을 설치하고 정리하는 등 돈을 지불하지 않는 부모의 수고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튜브를 타고 물안경을 쓰고 잠수를 하며 물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자신의 몸을 물속에 넣는 것 만으로 과학적 탐구를 시작한다. 자신이 물에 뜨고 가라앉음을 느끼고 물을 만져보며 장난감들을 물속에 넣어본다. 아이들의 움직임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음 호기심 속에서 시작되고 물 속에서의 모든 움지임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실험이 된다.


 물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다양하다. 물이 어느 정도 주어지느냐에 따라 물놀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옥상에 풀장을 설치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은 세면대에서 주로 물놀이를 했다. 한 동안 종이, 플레이 도우, 옹기토 등으로 배를 만들어 물에 띄어 보려는 노력을 했었다.

 가장 처음 종이배를 세면대 위에서 띄울 때는 처음에는 잘 뜨지만 물에 젖어 금방 가라 않는 종이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보기도 하고 종이를 대신할 만한 재료를 찾기도 했다.

 아이들의 행동은 호기심 어린 질문으로 시작된다. '종이는 왜 물에 젖을까? 안 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종이 말고 다른 재료로 배를 만들면 어떨까? 더 크게 만들어 볼까?' 그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아이들을 움직이게 했고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다.

전수진(2000)과 McCormark와 Yager(1989)는 물놀이에서 나타난 유아들의 과학 활동이 유아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을 통하여 의미 있는 지식을 형성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교육이라고 언급하였다. 물놀이를 통해 발견된 유아의 호기심은 신기한 것을 탐구하려는 정서로 문제 해결이나 학습의 동기가 되며 (이영미, 1997) 스스로 탐색하며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반복적으로 시도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끈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윤순아, 2010)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실컷 놀더니 엄마를 찾으며 심심하다고 한다. 어떻게 설치하고 몇 시간을 받은 물인데.. 두 시간짜리로 끝을 낼 수는 없었다. 이제부터 엄마와 함께 하는 물놀이를 시작되었다.


<첫 번째 물놀이 - 물속에서 생수병 뚜껑 찾기>

 물속에서  생수병 찾기를 시작할 때는 생수병 라벨을 떼고 생수병에 물을 채운 후 숨겼다. 그런데 아이들이 물속 생수병을 찾은데 3초도 안 걸렸다. 우리 아이들 둘 다 잠수가 가능했고 풀장이 큰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작은 걸 숨겨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작고 풀장과 비슷한 색깔의 생수병 뚜껑을 찾았다.

 생수병 뚜껑을 숨기니 이제야 잠수하며 돌아다니는 시간이 길어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놀이할 수 있는 수준을 맞췄다. 아이들은 물 안과 물 위를 오르내리며 열심히 찾아다녔다. 아직 잠수를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라벨을 떼지 않는 생수병에 물을 담아 물속 생수병 찾기 놀이를 시작하면 된다. 눈으로도 찾을 수 있고 발로 느끼며 찾아낼 수도 있다.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며 자신의 아이와 맞는 수준으로 놀이를 조정해야 아이들이 더 신나게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물놀이 - 물총으로 생수병 맞추기>

 물총으로 생수병 맞추기는 2020 도쿄 올림픽 양궁을 응원하던 아이들이 식탁 위에 종이컵, 작은 인형 등을 세워놓고 장난감 활과 총으로 맞추기 연습을 하던 것이 물놀이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이 갑자기 양궁이 생각났는지 생수병을 풀장 끝에 올리고 물총으로 맞추며 놀이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은 분무기와 방아쇠 형태의 물총으로도 놀이를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방식은 아이들의 약한 손에 상처를 생기게 하니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너프형과 배낭형 물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번째 놀이 - 목욕놀이 장난감 던져 넣기>

 옥상에 풀장을 설치한 후 물놀이를 하면 수영과 목욕놀이의 중간 형태의 놀이가 진행된다. 그래서 아이들 어릴 때 사용하던 목욕놀이 장난감들이 풀장 안을 가득 채워졌다. 둘째는 아직 모욕 놀이 장난감으로 놀이하는 게 즐겁고 첫째는 목욕놀이 장난감으론 할 게 없었다.

 하지만 목욕놀이 장난감을 접이식 대야를 펼치고 던져 넣으니 신이 났다. 그리고 비슷한 형태로 튜브 구멍 안에 공 던져 골인시키기 등의 놀이로 이어진다.


 던지다. 그리고 넣는다라는 단순한 규칙은 전통놀이인 투호부터 경기 스포츠인 농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옛날부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엇인가를 던지고 넣는다는 단순한 규칙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며 환호해 왔다.


<네 번째 놀이 - 물 위 소꿉놀이>

 아이들의 놀이는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의 균형이 필요하다. 아무리 활발한 아이도 계속 뛰어다닐 수 없다. 활동적인 아이는 자주 액티브하며 과격한 놀이를 원할 테지만 실컷 놀다가 아이가 사소한 일에도 다툼이 생긴다거나 별일 아닌 일에 눈물을 보이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면 쉴 시간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잠깐 앉아서 쉬라고 야기한다고 들을 리 없다. 대신 정적인 다른 놀이로 전환하며 아이를 잠시 쉬게 해 줄 필요가 있다.


 둘째는 목욕놀이 장난감들을 물감놀이 접시에 담아 해산물 요리 전문점을 개업한다. 목욕놀이 장난감 중에 문어를 잡아 누르며 문어 안에 있는 물을 빼며 이야기한다.  "아빠! 문어를 누르면 오징어가 돼!" 아이의 상상력은 소꿉놀이를 할 때 더 잘 관찰된다.


 

 아이들의 옥상 물놀이를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아빠라는 존재다. 아빠는 더 자고 싶은 주말 아침부터 일어나 풀장을 설치하고 물을 받는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도 중간중간 요구사항은 얼마나 많은지 놀고먹는 것이 일인 아이들은 한시도 아빠를 쉬게 하지 않는다. 아빠에겐 자의인지 타의인지, 일인지 놀이인지, 자기가 신이 난건지 아이들이 즐거운 걸 봐서 좋은 건지 모르겠는 시간들이 얼렁뚱땅 흘러간다.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아빠가 있어서 노을진 저녁까지 아이들의 물놀이는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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