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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은달 Jan 30. 2023

월요일의 기분


  

  지난주 금요일은 송별회 겸 환영식의 과회식이 있었다. 토요일은 당직 근무를 섰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11시에 끙끙 앓으며 일어났다. 느지막이 밥을 먹고 일주일 간 밀렸던 집안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겨울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허무하게 주말이 지나가고 어느새 월요일이 코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주말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말을 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일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참고 살기 때문에 주말엔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워크와 라이프의 경계가 38선처럼 명확하다.



  하루의 기분과 태도가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로 정해진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날과 출근하지 않는 날, 앞으로 며칠 더 출근해야 하는지 셈하며 한 주가 시작된다. 취준생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이게 내 회사 생활이다.

  


  요병에 시달리며 한주를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썩은 동태 눈깔을 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퇴근할 시간만을 기다리며 일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나도 즐겁게 일하고 싶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도 춤을 추며 노래하는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나 역시 콧노래를 부르며 탭댄스를 추며 일하고 싶다.





  즐겁게 일하는 방법은 단 2가지뿐이다. 진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산처럼 쌓여있는 눈앞의 업무에 온 마음을 쏟으려고 애쓴다.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모는 그의 저서 <왜 일하는가>에서 '일을 아름답게 완성하고 그 과정을 겪으며 인격을 연마'할 것을 강조한다. 일은 인생의 소명이자 내면을 단련하는 수련이고, 높은 인격을 수양하는 훈련이다. 죽기보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게 될 날까지 나는 회사에서 나만의 수련을 하고 있다.

  

  어제보다 더 건강하게 먹고, 어제보다 한 번 더 웃고, 어제보다 더 잘 자고, 어제보다 한 글자라도 더 쓰고, 한 글자라도 더 읽고,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여 보자.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면 나도 모르는 새에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임무라니, 테레사,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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