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주고 싶은 권리, 아이가 받고 싶은 권리 #어린이의 권리
권리란 The rights are
“지켜야 하는 법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서로를 이해하면서 사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랑 우리가 하고 싶은 게 권리야.”
어려운 주제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나는 어린이들과 ‘권리’를 다뤄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달리 어린이는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또 부모님들도 새로운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주체적이고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기르고자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 역시 7세가 되면서 자기주도적인 면모가 강해졌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신감 넘치게 생활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우리 모두가 준비되었다고 느꼈다. “존중받고 존중하는 어린이”라는 어린이들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있어 “어린이의 권리"를 다루는 것은 무척 당연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시작된 권리 이야기는 많은 진통을 겪었다.
어린이에게 권리가 있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아이들과 권리의 형태나 효과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는 단어를 풀어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권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권리의 종류를 알아보고 퀴즈를 내기도 했다. 즉, 흔히 ‘권리교육’을 생각하면 떠올릴법한 범주에서 ‘어린의 권리 교육’을 시도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 모든 시도가 아주 쓸 모 없던 건 아니었다.
수많은 교육적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은 권리라는 말 자체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나름대로 스스로 이해하고 있는 권리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우리의 일상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리는 일상적이지 않은 주제인 것 같았다. 어쩌면 ‘권리는 특별하게 다뤄야 할 특별한 이야기’라는 고정관념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권리는 이미 우리가 누리고 있고, 여기에 있는 삶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권리를 의식해야 했다. 교사인 나는 다시 아이들의 삶 앞으로, 그 속으로 들어가야함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함께 다시 일상을 돌아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부터 유치원에 오고, 놀이터에서 놀고, 다시 집에서 잠들기까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권리를 다시 생각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도록 4~8명의 작은 모둠으로 진행된 대화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와 분량만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대화가 쌓이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교사를 덜 의식했다. 아이들은 점점 ‘정답’을 말해야한다는 의식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정론을 다루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어제 나에게 있었던 권리’, ‘나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했던 상황’ 등 실제 자신의 삶에서 직면한 권리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면서 그 속에서 친구의 권리를 찾아주고 권리를 느낄 수 있도록 함께 북돋아주었다.
교사인 나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를 통해 아이들은 이전보다 권리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스스로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아이들의 행보가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은 어른인 나보다 더 집요하게 권리에 대해 파고들었고, 권리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드러내고 발휘하려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 이상하게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그 불편함은 아이들의 권리를 어른인 내가 편한 만큼만 인정하고 실제 아이들이 존중받고 싶은 권리에 대해서는 모른척하고 싶었던 데서 온 것인 것 같다. 그 때까지도 나는 아이들의 권리를 어른이 예상하는 범위 안에 가두고 있었던 것 같다.
내려놓음.
어른인 나의 내려놓음이 필요했다. 어른들이 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권리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갖고 싶은 권리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아이들은 아주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들이 정말로 가지고 싶은 권리로 접근해갔다. 나는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권리가 점차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나 ‘어린이들의 삶에서 가지고 싶은, 필요한 권리’로 다가가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이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나와 어린이의 권리’는 다시 ‘모두의 권리’로 나아간다. 우리가 염려하는 만큼 아이들은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인정해야한다. 또한 아이들의 권리를 섣불리 정의 내리려 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이들은 정말 ‘아이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어른이 알려주고 싶고, 정의해주고 싶었던 ‘권리의 틀’과는 다르다. 아이들의 권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안에서 생명을 얻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내가 발견한 그 생동감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대화록 가운데 일부 문법적 오류, 혹은 사회적 관습에 대한 오해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미성숙함은 단지 경험과 정보의 차이에서 온 것이며, 아이들은 계속해서 성장해 갈 것임을 믿는다. 시간의 차이는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아이들이 품고 있는 그 순간 그대로,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어린이의 권리는 어린이들의 마음의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