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묵상 01화

반짝이는 사람

by 제이와이


여러 가지 칭찬에 대한 표현들 중에 나는 '반짝인다'는 표현을 참 좋아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살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네댓 번은 있었다. 이 글을 쓴 날도 누군가 '너 말할 때 엄청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했어'라고 이야기를 해주어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쓴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그 말을 들었던 것은 대학생 때였다. 그때 같은 동아리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던 멤버들 중 한 명이, 모임이 끝나갈 무렵 나에게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멀리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너를 가까이서 보니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칭찬에도 익숙하지 않고, 자신한테도 엄격한 편이었기에 다소 생소하고도 조금 낯간지럽기도 한 이 표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웃으며 눈만 깜빡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었던 건 그로부터 17년 후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같이 일하던 분이 '이사님 프로젝트 중반까지는 분명히 반짝거렸는데, 지금은 왜 저랑 똑같이 지쳐 보이는 거죠ㅠㅠ'라고 안타까워하며 건넨 말이었다.


나는 바이올린 연주자들 중 드라이하면서도 단단하고 깊은 음색을 내는 힐러리한의 바흐 연주와, 피치 사이의 텐션과 깊은 음색을 끌어내는 고소현 연주자의 소리를 매우 좋아해서 가끔 공연을 탐색하곤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지인에게 내가 설명을 하는 중에 지인이 방금 이야기를 하는 내 표정과 눈빛이 확 바뀌면서 반짝거렸다고 했다. 그래서 아 사람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열정이 있는 일을 할 때 반짝거리는구나라는 것을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의 반짝거림을 종종 목격하곤 하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한의원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근육충격으로 한의원을 통원하던 때였다. 원장님은 환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치료과정에서 스몰토크를 끊임없이 공급하셨는데, 가끔은 본인이야기를 할 때가 있었고 그때 원장님의 반짝이던 순간이 내게 포착되었다.

본인은 퇴근 후에 누리는 기쁨이 한의원 근처에 있는 햄버거집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그 이유는 바로 햄버거가 아닌 콜라를 공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거기서 시작된 탄산에 대한 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본인이 탄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30개짜리 제로콜라 박스 2개를 쌓아놓고 먹으며, 탄산이 들어간 모든 음료를 차별하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그중 특별한 경험은 샴페인이었다며 샴페인의 탄산에 대한 차별점을 감각적+과학적으로 묘사했다. (공기가 압축되면 탄산방울이 작아져서 자잘한 탄산기포가 입안에서 느껴지는데 그게 그렇게 좋다며) 그리고 새로운 탄산 브랜드를 소개하며 그 브랜드는 한번 딴 후 며칠이 지나도 탄산이 살아있어 좋다며 꽤 긴 시간을 나에게 설명했다. 글로 보았을 때 내가 전혀 집중하지 않았을 내용들이 속속들이 기억 났던 것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마냥 원장님의 표정과 눈빛이 반짝거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깊이 이해하거나, 뚜렷하게 좋아하는 어떤 것 or 경험을 상대방에게 '생생하게' 공유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반짝거림이었다.


사람이 지닌 반짝거림은 상대방을 주목하게 하고, 매력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한다. 누구나 반짝거리는 이야기와 관심사를 품고 있는데, 그것은 발견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발견되어진 사람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기쁨을 준다.

오늘 조우한 사람들로부터 반짝거리는 순간을 발견했다면, 피드백을 한번 해보자. 분명 기뻐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