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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Jul 26. 2024

<바다에 가자> 05.

전학생 

05. 전학생 





천장에 돌아가는 선풍기로는 한 여름의 교실 더위가 좀체 식혀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잘거린다. 명희는 맨 뒷자리에 홀로 앉아 있다. 앞자리에 앉은 소미는 명희의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해연 극장에 나타난 까까머리가 누군지 맞추려 노력 중이다. 



명희는 잊으려고 해도 화장품 가게에서의 일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매니큐어를 움켜쥐었던 명희를 향한 그 아이의 목소리와 눈빛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다. 도둑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자신이 미운 명희. 명희가 매니큐어를 훔치려 했던 행동은 2학년 선배들의 협박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않았을 일이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명희는 더욱 억울하다. 그때 일제히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멈춘다. 교단에는 어느새 담임교사가 서 있다. 



“조용. 여긴 서울 서 전학 온 이동우다. 인사는 나중에 나누고 일단  거기 빈 자리 있지?  일단 앉아라.” 



명희는 고개를 들자마자 심장이 발바닥 밑으로 툭 떨어지는 것 같다. 명희의 눈 앞에 서 있는 전학생은 해연 극장과 화장품 가게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아이인 것이다. 명희의 앞머리는 어느새 땀에 젖어 흥건하다. 



명희의 표정을 본 소미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챈다. 무신경한 얼굴의 동우는 명희를 흘끗 보더니 옆 자리로 터벅 터벅 걸어가 가방을 걸고 자리에 털썩 앉는다. 이제 명희는 숨을 쉴 수 조차 없다. 명희는 곁눈질로 동우를 쳐다본다. 동우는 흰티에 남색 교복바지를 입고 앉아 앞을 보고 있다.



‘미치겠네……왜 하필 전학생이 쟤야.’



국사시간이 되자 무섭기로 소문난 국사 교사는 동우와 명희가 함께 교과서를 볼 것을 명령하며 그 간의 필기까지 동우에게 공유하라고 덧붙였다. 국사 선생은 명희도 전학생이었기에, 서로를 챙겨야 한다는 말도 했는데 명희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수업이 끝나고 재빨리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가려는 명희에게 그제야 동우는 아는 척을 했다. 



“또 만났네.” 




명희는 동우의 말을 무시하고 가방을 챙겨 빠른 걸음으로 교실 밖으로 향한다. 소미는 그런 둘을 바라보다 재빨리 명희의 뒤를 쫓아 교실 밖으로 나간다. 서울에서 온 전학생이 궁금했던 아이들이 삼삼오오 동우를 둘러싼다. 



운동장까지 나온 명희는 걸음을 걷다 멈춰 교실 쪽을 바라본다. 뒤따라온 소미가 명희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혹시 쟤야?”

“……”



명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소미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시늉을 한다. 명희는 멀리서 보이는 2학년 선배들의 무리를 보고는 소미의 손을 잡아 끌고 도망치듯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한다. 소미 역시 선배들의 실루엣을 보고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명희는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계속 도망치게 되는 이상한 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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