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지만 비워진 마음’
그러면 언제부터 이렇게 잠이 오기 시작했을까.
친구들에게는 대충 “노력했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그 답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와 헤어지던 날이었다.
서로 알고 지낸 세월은 수십 년, 사랑한 지는 11년이 넘어서 12년 가까이 되던 때.
나는 끝내 이별을 결심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 아프고 더 힘들어지는 관계.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은 사람처럼 비어 가는 기분.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결국 나를 텅 비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와의 대화가 마침표를 찍던 그날.
집에 돌아온 나는 처음으로 깊고 긴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아주 조용히 생각했다.
아, 이게 편안함이구나.
그 이후로 종종 그를 꿈에서 만났다.
마음이 아프기도, 설레기도, 슬프기도 했다.
때로는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나를 아프게도 했고,
가장 아픈 기억으로 돌아간 날에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통증에 잠에서 깬 적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잠을 미루거나 아끼지 않았다.
잠을 아낄만큼 힘이 남아있지 않았고
잠을 미룰만큼 나에게 중요한게 없었다
내 세상에서 너를 보내고 너의 것들로 가득 채워진 마음을 하나 둘 비워내고 나니
생각보다 나의 마음은 넓었고 내 자리는 좁았다
조용히 내 것들로 서두르지 않으며 조금씩
나를 채워갔고 늘 곤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살아났고, 건강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