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끝난 사랑이 마지막으로 남긴 기록‘
새벽에 날아든 부고장은 한 주 전의 시간으로 나를 끌고 갔다. 옛 헤어진 연인의 가족이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다니는 흔적에 께름칙한 기분을 느꼈던 그 순간으로ㅡ
그날의 나는 만 6년 만에 읽은 그의 이름에 당혹감을 느꼈고, 그 사람을 철없는 아이처럼 치부했다.
이해되지 않으니 하나의 어리석음으로 받아들였다.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처리하는, 익숙한 나의 방식이었다.
이미 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된 사이였다.
심지어 그 끝도 아름답지 않았다. 처절했고, 아팠다.
그 시간을 치유하는 데에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눈물과 밤이 필요했기에 이후 단단하게 여문 마음은 그 어떤 것에도 동요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만 떠올라 휴대폰을 어지럽히는 그의 이름에도 큰 감흥은 없었다.
단지 이름 모를 웃음이 새어 나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 찾아온 때 이른 부고장은 달랐다. 내 안에서 툭 치워놓았던 그 이름이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여전히 밝은 그가 그곳에서 웃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관점에 따라, 같은 일도 180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철없이 군 듯했던 그의 손길은 이제는 생애 마지막에 쓴 편지처럼 느껴졌다.
병상에 누워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던 그가,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인연에게 보낸 힘없는 인사. 짧은 메시지도 아니었고, 그 어떤 말도 붙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는지, 얼마나 고독했고 처절했는지를 들을수록 당신이 내게 남긴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더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사랑했던 연인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내주었던 나를, 때로는 바보처럼 여기고 후회하기도 했지만,내 삶의 절반을 나누어준 그 대가가 너무 아파 미워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지만, 아니었다.
괜찮았다.
꽤나 괜찮은 시간들이었고, 관계였다.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길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이 주는 힘은 내 삶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내다 받은 적금통장처럼,
예고 없이 내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나는,
저릿한 상실의 마음으로 당신을 애도하며 동시에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푸근함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시 만날 그날을 새로이 그려본다.
멋쩍은 웃음이나 떨군 시선이 아닌,
마주 보는 환함으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