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사랑의 무게가 남긴 서늘한 기억들‘

by 사막의 소금


어려서부터 유난히 잘 놀라던 나는

작은 소리에도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떨곤 했지

자꾸만 놀라서 잠들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무거운 베개를 심장 위에 올려두었고

그게 습관이 되서일까

밤마다 나를 안심시키던 네 팔의 무게는

어떤 밤도 두렵지 않게 했어


그러다가 추운 겨울이면

잠결에 눈 오는 소리가 들린다며

창가로 뛰쳐나가

환하게 커튼을 젖히곤 기뻐하던 나를

너는 아이에게 하듯 머리를 쓰다듬곤 했지


그래, 생각해 보면은ㅡ

작은 가슴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재잘대던 내가

시원한 성격만큼 호탕한 웃음을 가진 너와

사랑을 이야기했다는 건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신기한 일이야


너의 시원한 목소리는 답답하게 잠가놓았던

내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여는 듯했고

귓가를 울리는 네 웃음소리는 세상을 다 가진 듯

나까지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지


조용하고 섬세한 내가 그려내는 모든 것들을

너는 늘 나팔을 불듯 기뻐했고

아주 작은 차이들도 읽어내는 내 눈을, 코를, 귀를

너는 보물단지처럼 들여다보았지


지금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너만큼이나 풍부하고 벅찬 날들을 보내고 있니?


나는 여전히 조용하게 삶을 지키고 있어

소리 없는 말들로 우리의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 둘 엮어내기도 하고

너와 마주 앉아 머리를 어깨를 입술을 기대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추억하기도 해


때로는 잠들기 힘겨운 밤에

이유 모를 무서운 꿈에

텅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땐

너의 온기와 무게를 떠올리곤 해

그 자리의 크기가 서러워

때로는 꿈속에서 너와 그날처럼

울고 화내고 소리를 내지


꿈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대로야

누군가는 소리 없는 눈물을 택하고

누군가는 길 잃은 소리를 내고


먹먹한 가슴이 아려와

나도 모르게 눈을 뜨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 우리는 정말 참 많이 달랐어

우리는 그걸, 모르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사랑했고

또 그로 인해 사랑을 끝내고


그냥, 가끔은 참 우습더라

이 사실이.

우리의 사랑의 무게는

과연, 얼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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