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흔들리던 존재, 서늘한 무의미와 마주하다
언제부터인가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질서가
우리 사이에 이미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줄곧 질 수밖에 없었다
힘없이, 의미 없이 툭 뱉는 너의 말에도
나는 하늘을 날았다가
곧장 바닥으로 곤두박이쳤다
언제나 너의 방향에 따라
나는 날기도, 추락하기도 했다
뜻뜨미지근한 칭찬에도
어린아이처럼 기뻤던 나는 금세
아무것도 아니라는 너의 말에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 헤매다
어리석게 허우적거리며
다시, 바닥으로 내달린다
이미 너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너의 말 또한 어떤 의미도 없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저 부질없는 후회의 말로
나를 조금 달래 본다
아무것도 아닌 말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채
흘려보냈어야 했는데
나는 여전히 그 의미를 찾고 있다
마치 그러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처럼
나지막이 나를 위로해 본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