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지키려 했던 마음이 나를 놓아주던 때‘
마음이 유효하던 때에는
마음이 떠나간다는 일은
상상으로도 닿지 않았다
네 마음의 색과 온도가
조금씩 달라져도
내 마음은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할 것만 같았다
마음의 방향을 돌리는 일도
그 수위를 조절하는 일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서늘해진 손끝의
마지막 새끼손가락을 겨우 붙잡고
나는 묵묵히, 아주 천천히
그대를 따라 걸었다
너는 늘 걸음이 느린 나를
모른 척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먼 길을 걸어갔고
네 믿음대로 나는
여전히 멀어지는 너를
짧은 숨으로 뒤쫓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마음이 떠나간다는 게
아득히 멀어진 너를 좇던
내 발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그렇게, 나도 가능하더라
문득 너는 돌아서서 한숨을 쉬며
멀어진 나를 마지못해 기다렸지만
멈추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너도 결국 알게 되었을 것이다
너의 마음만큼
나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