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트로피가 되어야만 했던 날들
내 안의 소리보다, 당신의 눈빛과 웃음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그 선택들이 모여 무엇을 이루게 될지
알지 못했던 어린 나는
기꺼이 당신의 상징이 되어
당신에게 찬란한 기쁨을 주고 싶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끝을 모르는 선택들은
내 것이 아닌 채 도미노처럼 퍼져 나갔고
어느새 까마득히 보이지 않는
내 삶의 길은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임에도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왔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그 순간 느껴진 두려움과 무력감
섣불리 내디딜 수 없는 발자국
더 이상 찬란하지 못한 나는
먼지 쌓인 선반 위의 트로피처럼
이제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