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끝에서 사라진 우리‘
너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었다
예전처럼 너로 인해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나를
느지막이 발견한 너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었다
마치 갈 길을 잃은 듯
달싹거리기만 하는 너의 입술은
어떤 말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 숨처럼
잡을 수도, 흔적 하나 남지 않은
네 기억 속의 나는
더 이상 너의 말에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웃고 싶어도 울 수밖에 없고
울다가도 웃어야 했던 나는
이제 빛바랜 사진첩 속에 남은
찬란한 영광이 되었고
지금의 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