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다는 말 대신, 나는 마지막 예의를 택했다.’
부질없다는 말은
애써 하고 싶지 않았다
방울방울 내 안에 맺혀 있는 것들을
터뜨리고 싶지 않아서
비집고 나오려는
목에 걸린 말을 애써 삼켰다
삼켜지는 것보다
더 쓴 것이 울컥 쏟아질 뻔했으나
나는 끝내 참아내었다
그것이 너에 대한,
‘우리’라는 빛바랜 말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조의였다
하지만 너는,
끝내 먼저 그 말을 던졌다
그토록 아프게 참아온 말인데
너에게는 참으로 쉬웠다
등을 돌리는 일도,
새치기하듯 먼저 상처를 주는 일도
너에게 어려운 일은 오직
‘우리’를 지키는 일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