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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Oct 30. 2024

흔들린 봄

지진

4월  

봄날의 따스함과 예쁘게 피어나는 꽃들처럼 아름다운 유학생활을 꿈꾸며 도쿄에 어느 셰어하우스에서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들어간 당시엔 2달 뒤면 귀국하는 여자동생만 살고 있었는데 이미 귀국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일본생활에 미련이 없어 보이는 동생과의 생활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반 독립이 처음이다 보니 많이 낯설고 두려움이 몰려와 처음 일주일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바로 일본어학교에 입학하였고 새롭게 만나게 된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 뭐든지 새로운 도쿄 라이프 덕분에 매일이 즐거웠다.


일본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는 어느 이른 아침 아직 잠들어 있던 나는 갑자기 천천히 흔들리는 침대 때문에 눈이 떠졌다. 지진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천천히 흔들거려 처음 겪는 지진이지만 무섭지 않았다. 곧 멈추겠지 하던 중 갑자기 세게 방이 흔들리고 물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 있던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를 프레임을 붙들고 쪼그려 누었다. 두려움에 숨이 턱 막혀 옆방에 있는 동생을 부를 수 없었다. 30초가 3시간처럼 길었다. 다행히 천천히 흔들림은 잦아들었고 완전히 멈추었을 때 그제야 거실로 나올 수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지진이 이렇게 클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기에 상상이상으로 충격이 컸고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어 섬뜩했다. 거실에 나와 동생의 안위를 확인한 후 집안을 훑어봤다. 닫혀 있던 신발장은 활짝 열려 신발이 떨어져 있었고 다행히 부엌엔 식기류가 많지 않았기에 깨진 유리들은 없었다. 각자 방에서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 있는데 여진이 여러 차례 왔다. 여진이 완전히 멈추고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티브이를 틀었다. 하지만 호들갑 떨 거 없다는 듯 아침방송 귀퉁이에 도쿄 진도 6 지진 발생이라는 작은 문구만이 지진을 알리고 있었다.


그날의 지진은 평소 매일 있는 지진보다는 매우 큰 지진이었지만 진도 7 이상이 아닌 이상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조용한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후 조금 과장 보태서 작은 트라우마가 생겼다. 조금만 흔들려도 세차게 흔들리던 그때가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그날 이후 진도 6 이상의 지진은 경험하지 않았고 가끔 큰 지진이 나면 긴장은 됐지만 여느 일본인들처럼 작은 지진에는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일본의 건축물들은 세계 최강의 내진 설계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또한 지진의 나라답게 국가며 시민들은 지진 대비가 무척 잘 돼있어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진은 일본국민들의 큰 상처이고 트라우마이다. 예로 일본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사잔 올스타즈의 곡 'TSUNAMI'는 동일본대지진으로 도호쿠지방에 덮친 거대한 쓰나미와 제목이 같다는 이유로 더 이상 일본 방송에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에서 살아간다면 지진은 피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최대한의 대비뿐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그들이 지진으로 더 이상 큰 상처를 받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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