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끼시나요?

행복할 준비

by 보뚜

얼마전까지만 해도 찬물로 샤워를 어야 했는데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 탓에 보일러를 틀지 않으면 추워서 샤워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다.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예전엔 가을이 되면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이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지, 향수는 어떤 것으로 바꿔야 할지였는데 이제는 가을 향기와 계절의 변화 더 생각하게 됐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게서 행복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한 다음부터 나에게 생긴 변화였다.


나는 가을이 왔다는 것을 냄새로 제일 먼저 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어느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어?' 하며 가을의 향기를 맡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아챈다. 무더운 여름에 공기에서 나던 쾌쾌한 냄새가 아닌 공기에서 전해져 오는 신선한 풀내음 같은 냄새.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가을의 향기다.


최근 베란다로 나가 바깥 공기를 쐬는데 공기에서 그 가을의 향기를 맡았다. 그 향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눈을 감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이젠 가을이구나.'


얼마 전 나이가 구십에 가까워 온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행복이 별 거냐?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행복이지."


평소에도 자주 하셨던 말씀인데 난 그저 매번 하시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그때마다 흘려 들었었다. 그런데 행복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해서 그런지 어머니가 하시는 얘기가 평소와 다르게 예사롭게 들리지가 않았다. 구십에 가까운 노모가 말씀하셨듯이 행복이라는 것은 자신이 매 순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리 전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도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불행한 사람이 되고 아무리 가진 것이 없고 힘들게 사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한낱 말장난쯤으로 여겨질 지 모르겠으나 이 말은 진리 중에 진리다.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땐 지금보다 훨씬 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없었지만 흙수저 치고는 돈도 꽤 모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질문을 해오면 나는 잘 답을 하지 못했다. 왜일까?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는 내 마음에 있었다.


당시엔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그 풍경이 아름다운지를 몰랐고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에도 그 시간이 소중한 지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매 순간 회사 일과 돈 버는 것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여행을 안 왔더라면 저축을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시간에 일을 했더라면 기한내에 일을 마칠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듯 항상 일을 하고 항상 돈을 모아야 불안한 마음을 그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사는 사람에게 행복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행복은 행복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주위에 행복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 날씨가 화창하면 화창해서 행복하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행복하다. 그저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런 변화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내 아내다. 예전엔 나는 아내와 대화할 때 항상 인상을 쓰거나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나와 대화하는 것을 꺼려했다. 얘기해 봐야 자신의 기분만 나빠지니까. 그랬던 내가 매 순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부터 아내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최근에 나는 아내와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아내의 눈을 응시하고 아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처음엔 그런 내 모습에 아내마저도 적응을 못하더니 이제는 아내도 나와 대화할 때 내 눈을 응시하고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보뚜(우리 부부의 애칭)! 오늘은 글 쓰다가 언제 쉬어?"

"왜?"

"보뚜랑 대화하면서 놀고 싶어."

"풉. 10분만 기다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행복해 질거야.'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희망이 아니라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다. 행복은 내가 기대한 시간에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행복을 느낄 준비가 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찾아온다.


스스로가 매 순간순간을 행복하다고 느낄 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낄 때. 행복은 우리에게 슬며시 찾아와 스며든다. 행복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려고 노력할 때 행복은 우리 곁에 둥지를 틀고 앉아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선사한다.


행복은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행복한 사람이 되세요.
이전 08화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