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이유(2)
02. 영어보다 큰 매력은 아이의 그릇이 커지는 것.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몽키아라프라자 앞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마켓이 열린다. 각 나라의 음식도 맛볼 수 있고, 장난감도, 신선한 과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현지인 처럼 살아본다는 것은 한 달 살기를 하기에 가능한 경험이다. 마켓이 열리는 날 릴리의 목표는 장난감 획득이다. 경험장난감을 사러 간 릴리가 신나게 뛰어오며 말한다.
“엄마 나 1링깃 깎았어”
장난감을 산다고 하기에 혼자 사보라고 했다. 이것도 영어교육이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이 1링깃 모자랐고 주인이 1링깃을 깎아준 모양이다. 릴리가 흥정을 할 정도의 영어 실력은 아니었을 때니까 주인이 눈치로 깎아준 것이 분명하지만, 자신이 영어로 물건을 사며 흥정까지 했다는 생각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확 상승했다. 그 후로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물건을 사기 위해 엄마를 찾기 보다는 직접 이야기를 하는 릴리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내가 아이보다 두려움이 크구나 느낄 때도 있다. 인종차별은 아니지만 흑인 중에서도 너무 까만 흑인을 보면 살짝 놀라게 된다. 어느날, 길에서 만난 흑인을 보며 릴리가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어학원의 선생님이라며 소개를 한다. 어설프게 인사를 한 나는 흑인 선생님과 헤어진 후 릴리에게 물어봤다.
“릴리야 너는 흑인이 좀 무섭거나 하지 않아?”
“엄마 피부색이 뭐가 중요해, 저 선생님이 얼마나 좋으신데”.
괜히 릴리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이런 마인드가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통해 얻어졌다는 것에 감사했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방콕, 치앙마이, 괌, 사이판 등에서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남 짓 외국에서 한 달 살기가 이어졌다. 여러 나라에서 잠시 여행이 아닌 살아 본다는 것은, 릴리에게 그 나라를 알고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한 달 살기를 할 때마다 릴리는 한 뻠씩 성장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하면 안된다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릴리는 스스로 알아가고 있고, 책으로 일러주지 않아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통해,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있다.
외국에서 한 달 살기는 하는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 할 때 한 달 살기 중독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이는 영어 때문에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그릇이 커짐에 대한 중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