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33
여전(如前)
황현민
진정 사랑했다면 순수는 더 큰 순수가 되어 돌아 온다.
맹인이 눈을 뜨고 사랑하는 남자를 마주 보았을 것이다. 손끝이 아닌 두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순수가 순수를 잃었다.
왜, 왜, 왜,
한 남자의 욕망이 순수를 깨뜨렸다. 아주 잔인하게
겁탈을 당한
두렵고 서러운 눈동자가 맘에 안든다고
남자는 순수의 목마저 졸라 버렸다.
남자는 여전히 거리를 활보한다. 아주 당당하게
웃기고 슬픈 일은
맹인이 아닌 여자들이 그 남자를 사랑하여 줄줄줄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남자들까지 개와 소까지
나는 무언가를 외친다. 그 외침이 외려 외면 당하는 세상이라서 이렇게 시로만 이야기 한다. 토를 달지 않겠다. 아는 사람은 알리라. 시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외치는 말을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