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들

중첩

『파도의 새로운 양상』 김미령 시인의 시집에서

by 라일러플


중첩

김미령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의 손 모양에 관심이 많다 입구에 서서 대답을 꽉 움켜쥔 자의 굳어 가는 표정 같은 결심 같은

낯선 풍경이 문득 익숙해지고



씻은 물을 본다

씻은 물속에 씻을 물이 남아 있어서 씻을 얼굴이 아직 남아 있어서

끝났다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뉘우침이 부족하다



사용감 있는 구름과

사용감 있는 바람이 있다

누군가의 귓가를 스친 적 있는 숨결로 오늘은 창을 스친다



오늘 그녀의 눈동자는 어제 그의 귀

어제 그의 단추

그가 한 줄기 담배 연기로 날아가던 어깨 너머의 공중 장소와 목소리가 달라도 그들의 입 모양은 겹쳐진다 겹쳐지다가 다시 어긋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끝없이 앞으로 나온다 제 순서가 되면

더듬거리던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뒤로 가 버린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언제나 모르는 표정이다



그녀는 아직 오지 않는다

씻은 물속에 얼둘을 두고



손으로 휘휘 젓고 있다









- 『파도의 새로운 양상』, 김미령 시집, 민음의 시 231



















최근 간만에 오송 도서관에 가서 시집을 읽었다. 예전 보다는 책이 약간 많아졌고 문예지도 들어왔고 알찬 책도 몇 권 눈에 띄었다. 내가 이미 읽었던 책들이 다수라서 새로 들어 온 시집들 중에서 고르고 골랐다가 (정말 읽을 만한 시집이 없었다) 세 권의 책을 빌려 왔다. 보통 6~10권을 빌릴 수가 있는데 딸랑 3 권 간신히 빌려 왔더랬다. 그 중 한 권의 시집을 읽다가 한 편을 올린다. 작품의 퀄리티나 감동 보다는 노력하는 시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시를 짓는데 들인 시인의 정성이 많이 느껴졌다. 한편, 안타까운 점은 애써 노력을 들이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시를 지으면 훨씬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도 모든 시인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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