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사람들을 존경해 마지않는다
그는 이것저것 고칠 줄 아는 사람이다. 집에 고장 난 살림이 있으면 직접 전구를 갈아 끼우고, 막힌 변기를 뚫는다. 내 방 에어컨에서 물이 새는 사진을 보냈더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벽돌밖에 없던 가게의 인테리어 공사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을 때 그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으면 어떤 문제든 해결해 줄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다. 모두 생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모래를 팔아서라도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어느 날 그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오히려 그 말이 반가웠다. 여태껏 미국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처음으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가 자신의 기분에 대해 설명할 때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내가 겪은 일처럼 와닿았다. 하지만 내가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자, 그는 지금 당장은 안 된다고 대답했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자신이 그만두게 되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곤란해질 거라고 말하면서,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게끔 만든 다음 회사를 나올 거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익숙해지던 그가 다시금 궁금해졌다. 그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언젠가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밥 한 끼라도 편히 먹을 수 있는 사이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겉으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처럼 비범함이 자리 잡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이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상의 작은 일들을 정리하고 관리하면서 자신의 생활 방식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어른이다. 그가 누구보다도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미국으로 혼자 오게 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배워서 익히고 해결하며 어른이 되어갔을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아주 사소한 집안일부터 (빨랫감 분류하기, 식재료 고르기, 욕실 청소하기)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업무까지 (보험 가입하기, 세금 신고하기, 자동차 점검받기) 모두 겪어본 사람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나라가 아닌 외로운 타향살이에서 말이다. 내가 그에게 반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이처럼 내가 못 하는 것을 반대로 잘하는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는 타고나기를 성실한 사람이고,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사람이고, 혹여나 사업이 망한다고 해도 당장에 나가서 아무 일이라도 구해 올 사람이다. 그의 단단한 목소리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더욱 확신이 굳어졌다. 무엇보다 그의 그런 모습이 나의 엄마와 겹쳐 보였다.
내가 먹고 자는 곳을 쓸고 닦고 고치며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피곤하지만, 지각하지 않도록 알람을 네다섯 개씩 켜놓는다. 생존 본능이 강한 사람들이다. 어디를 가든 일을 구하고, 밥을 지어서 다른 사람과 나를 챙겨 먹이고, 은행 업무를 보고, 세금을 내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간다. 어른으로서 주어진 일을 자연스레 해결해 나가는 평범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존경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