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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Feb 22. 2019

0-3세를 위한 책 고르기 7가지 방법

아기들이 좋아하는 책이란

캐나다 애버츠포트의 한 중학교 수업, 참관을 위해 들어간 수업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교실이 고요하지는 않았다. 책 넘기는 소리, 아이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종종 들려왔지만,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직접 골라 읽고 있었다. 


그 반에 유일했던 한 한국 유학생에게 다가가니, 나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읽고 있냐 물으니, 그냥 읽는 척만 하고 있단다. 


수업이 끝나고 잠시 마주친 친한 선생님과의 대화중, 독서시간에 대한 말이 나왔다. 


"아이들 별로 책 읽는 것 같지 않던데, 그런 시간이 의미가 있나요?"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인걸요."


의아해하는 나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책만큼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없으니까요."


결혼도 안 했던 대학원 시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와 같이 말하던 그녀에 모습에 나 자신이 부끄러웠었다. 그리고 미래의 내 자식은 독서시간에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로 다짐했던 것 같다. 엄마가 된 지금 아이와 함께 매일 책을 읽으며, 좋은 책에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0-3세 아이 책 고르기 7가지 방법


1. 행복하고 긍정적인 스토리


처음 읽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약속 꼭! 꼭 지킬게'란 책.

이 책을 정말 교훈적이라 할 수 있을까?
배고픈 꼬마 늑대는 동물을 잡아먹기 전, 그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기다리고 있겠다던 동물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도망가버린다.
하지만 마지막에 만난 소년은 잡아먹힐 것을 알지만 기다리고 있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늑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전에 약속을 안 지킨 동물들이 그곳에 다 모여있었다.
늑대는 도끼를 들고 동물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며 책이 끝난다.


약속을 안 지키면 잡아먹힌다. 약속을 지켜도 잡아먹힐 것이다. 이게 뭐지?


위기에 처했을 때 기지를 발휘해서 도망가는 게 현명하지, 내 목숨이 달렸는데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 참 당황스러운 내용. 아이에게 처음 읽어주면서도, 이걸 뭐라고 가르쳐줘야 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의 책은, 희망적인 스토리가 주를 이루며 특히 스토리의 마지막은 행복한 결말로 아이가 이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성장해가며 겪게 될 삶의 험난함을 유아기 때부터 느껴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2. 아이가 읽기에 부담이 없는 짧은 분량


존 베멀먼즈 마르시아노의 다양한 마들린느 시리즈. 그중, 예의범절과 관련 있어 보여 시킨 책의 분량은 어마어마했다. 만나면 Hello, 고마울 땐 Thank you, 부탁할 땐 Please, 미안하면 Sorry 하라는 매너를 말하는데, 책장을 20장을 넘겨도 페이지가 더 있다. 아직 어린 션이 읽기에는 참 부담스러운 책이다.





3.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표현


책을 읽다 보면 아이의 "왜?"라는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게 된다. 책을 읽을 때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 몇 개만 나와도, 아이는 "~~ 는 뭐야?"라는 질문을 계속한다.


윌 스미스가 아들을 위해 쓴 'Just the two of us'라는 그림책에는 부모의 이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참 설명하기가 애매한 것이 부모의 헤어짐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내용들을 알려주거나 설명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션이 좋아하는 백설공주 책에도 공주의 엄마가 죽어 새엄마로 마녀가 오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넘기는 나다.




4.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크고 다채로운 그림


그림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이다. 칼데콧 상은 매년 여름,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쓴 사람에게 주는 문학상으로, 나는 아이의 책을 고를 때 뉴베리나 칼데콧 수상작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내 아이에게 어떤 책을 골라줄까 고민스러울 때는, 수상작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션이 좋아하는 '그림이 매력적인' 대표 칼데콧 수상작들




5. 공포스러운 내용의 부재


아이들 책에도 자극적인 내용이 있으면 흥미롭다. 디즈니에서 꼭 마녀들이 나오는 이유가 그러하다. 아들 션도, 인어공주에 나오는 문어마녀나 백설공주 마녀가 나오는 부분은 꼭 다시 넘겨보며 일부러 더 두려움을 만끽하곤 한다.


책을 읽는데 위기가 없다면, 참 지루하고 밋밋할 것이다. 아이가 약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자극 요소는 괜찮지만, 내용이 너무 공포스럽거나 그림 자체가 잔인하다면 아이의 정서에 당연히 좋을 리가 없다.




6.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의 진리 및 삶에 대한 교훈


0-3세 아들도 인지능력이 있다.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을 구분할 줄 안다. 아이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No!라는 말을 달고 사는 꼬마 코뿔소가 나오는 책이 있다. 선생님에게도, 부모에게도 계속 No만 외치는 이 아이는 결국은 외톨이가 된다. 한 때, 션도 No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예쁘지 않은 행동이지 가르쳐 줄 수 있었다.  





7. 아이의 삶과 연관되어 익숙한 내용


션 할머니 댁에는 로이라는 강아지가 있다. 션은 로이와 아주 친한 친구이다. 그래서 애완동물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영국 작가 킴 루이스의 '내 친구 해리'에 나오는 주인공의 친구 코끼리도 션은 정말 좋아한다.


'다슬이가 괜찮을까요'라는 책은 밤늦게까지 TV를 보다 밤을 꼬박 새운 다슬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피곤해하는 내용이 나온다.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든 다슬이는 다시 밤이 되자 눈이 반짝 뜨인다. 아이 생활 습관의 중요성도 가르쳐줄 수 있고, 일상적인 내용이라 친근하게 접근해 읽어주기 좋다.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내 아이가 좋아할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책에 감동받고 책을 통해 즐거웠다면 그 생생한 느낌이 아이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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