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설거지의 괴로움

결혼 10년차, 여전히 아이는 없습니다만

by 릴리리

결혼을 하면 뭔가 크게 달라질 줄 알았다.
30대가 되면 인생이 많이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인생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았다.


결혼 10년차,

여전히 아이는 없습니다만.



3.
참을 수 없는 설거지의 괴로움


몇 시간 전에 설거지를 마쳤는데 돌아서보니 어느 새 또 설거지거리가 수북이 쌓여 있다.

틀림없이 밥 먹기 전 설거지를 했는데 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거리가 또 쌓인다. 정말 미스터리다.


사실 미스터리랄 것도 없다. 밥 먹는 데 썼던 그릇이며 수저는 당연히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무언가를 먹는 이상 설거지를 피할 수는 없다.


먹고 싸고 자는 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행위이듯 설거지 또한 정착생활을 영위하는 현대 인간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배달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도 자기 수저는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표백제 범벅인 나무젓가락은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래되어 세균에 감염된 나무젓가락을 쓰면 사망할 수도 있다!(KBS 이승탈출.. 아니 위기탈출 넘버원 437회를 참고하자)


결혼해서 살림을 하다 보면 각종 집안일을 마주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끝없는 설거지다. 빨래도 청소도 계속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설거지만큼 자주 하지는 않는다. 맘 먹고 요리라도 한 날엔 울고 싶을 정도로 설거지가 쌓인다. 아니, 굳이 맘을 먹지 않더라도 찌개에 반찬 몇 가지만 해도 금세 싱크대는 한가득이다.


그래서 엄마는 요리하는 틈틈이 쉬지 않고 설거지를 해서 싱크대를 비우는 기술을 전수해줬다. 과연 설거지거리가 줄어들긴 하지만 사라지진 않는다. 먹고난 후의 그릇과 수저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집안일 중 특히 설거지를 몹시 귀찮아한다. 쓸 냄비나 수저가 없을 때까지 미루고 미뤘다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면 설거지만 삼십 분씩 하곤 한다.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그토록 좋아하지 않는(싫어하는 건 또 아니다!) 설거지를 비교적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1. 좋아하는 음악

2. 음악을 틀 스피커

3. 노래를 따라부를 목청


이상의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부르다 보면 어느 새 설거지가 뚝딱 끝나있다. 드라마나 유튜브 같은 영상은 별로다. 운전할 때 텔레비전 보면 안 되는 거랑 똑같다.


설거지를 가능한 한 미루는 편이지만 여행가기 전은 그렇지 않다. 여행가기 전엔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이불정리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여행 전엔 바빠서 집안을 개판 오분 전으로 만들어놓고 떠났었는데, 일본 배우 카타기리 하이리가 쓴 <나의 핀란드 여행>을 읽고 나서 달라졌다.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항상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한다고 한다. 혹시나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생겨 누군가 그녀가 없는 빈 집을 찾게 되면 “이런 예감을 했던 걸까요”하는 대화를 나눌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책에서 썼다. 물론 그녀가 집을 청소하는 이유가 ‘혹시나 죽더라도 나중에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엔 항상 집을 깨끗이 해두고 간다. 일단 깨끗한 집에 돌아오면 기분이 매우 좋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후딱, 눈에 띄는 곳만이라도 청소하고 정리한다. 특히 며칠씩 집을 비우면 물에 담가놓은 접시도 며칠씩 방치되니, 설거지도 다 해놓고 간다. 그 때는 곧 떠날 여행의 설렘에 귀찮음도 잊는다. 그러고보면, 설거지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본말전도'라고 하던가?


아무튼 엄마는 대단하다. 티나지 않는 이 모든 집안일을 티내지 않고 해오다니! 나는 걸레질이라도 한 날이면 남편에게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데 말이다.

004_집안일.png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걸레질이라 물걸레 청소기를 쓰는데, 괜히 지켜보고 있게 된다.


<결혼 10년 차, 아이는 없습니다만>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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