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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Apr 29. 2023

조카와의 싸움

33살 8살


나는 진심으로 조카들을 사랑한다. 첫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말이 통하긴 하지만 가끔은 말과 행동이 지나칠 때가 있다. 이모로서 그저 참아주어야 할지 혼을 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일주일 정도 한국에 있으면서 조카들을 서너 번 봤는데 오늘은 도무지 안 되겠어서 혼을 냈다. 조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는 초반에는 나랑 말도 하지 않았다. 혼을 낸 건지 33살 먹고 8살이랑 싸운 건지 정확한 상황 파악은 되지 않는다. 조카가 꽤나 속상해하길래 먼저 화해를 청하고 사과를 했다. 기분 좋게 화해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조카들은 자기네 집으로 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조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미래의 자녀 양육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들이 문득 들었다. 먼저는 내가 과연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는 것에 관해서였고, 둘째는 아무리 부모여도 자녀와 24시간 함께할 수 없을 텐데 자녀들이 세상 가운데 나아가게끔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굉장히 섣부른 걱정과 고민이지만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꽤나 진지하게 고민해보곤 한다.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참 많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하나님의 은혜 아래에 내 삶의 모든 영역을 다 내어드리고 맡긴다는 것은 때로 나 자신을 쳐서 복종하는 일이기도 하다. 삶의 모든 것들이 참으로 그러하다는 생각을 한국에 와서 새삼스레 정말 많이 했다. 인생.. 뭘까.. 하나님 없는 인생은 정말 상상할 수 없다.


그래도 언니 자식인 조카를 혼낸 게 내심 언니한테 미안했다. 또 조카한테도 혼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을 언니한테 얘기했더니 우리는 (외가 식구들) 모두 이미 다 겪은 일과 감정이라며 이야기했다. 조카를 정말 정말 사랑하지만 때로는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에 잘 훈육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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