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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Sep 06. 2023

가정적인 맥주 한 잔

히르시가르텐, 님펜부르크

늘 그렇듯, 음식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던 아우구스티너-켈러를 뒤로 하고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전용 숙소인 더 텐트(The Tent)에 체크인했다.


예약 전에는 30세 이하만 숙박할 수 있다고 설명돼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만 적용되는 룰인 것인지.


평상시에는 박에 20유로 정도,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도 45유로 정도로, 뮌헨 외곽에 위치해 있긴 해도 꽤나 저렴한 편 (보통 호스텔도 30에서 40유로 정도 한다.).



숙소 내부는 말 그대로 텐트다. 1시 정도까지는 소음을 감수해야 하며, 따로 난방 시설이 없기에 이불 세 장으로도 부족하면 카운터에 가 추가로 요청하면 된다.


잠시 짐을 풀고, 못 들은 물리 강의를 마저 듣고 글을 조금 끄적인 후



뮌헨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히르시가르텐(Hirschgarten)으로 향했다.


1791년부터 영업한 비어가든으로, 5천 석인 아우구스티너-켈러를 아득히 뛰어넘는 8천 석의 좌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름의 Hirsch는 사슴이라는 뜻인데 늦게 가서 그런지 사슴을 보지는 못했다.


입구 주변에 자전거가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음주 후 자전거를 타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는 건가 싶지만, 나야 뚜벅이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혈중 알코올이 1.6이 넘어가면 벌금을 문다는데, 면허도 없고 자전거를 탈 생각도 없으니 1.6이라 한들 그게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다고나 할까.



대부분의 좌석들이 밀집돼 있는 여타 비어가든들과 달리 공원 곁에 자리해서 그런지 드문드문 좌석이 늘어선 모습이 특징적이다.



입구 좌측의 건물은 식당으로 활용되는 듯했지만, 유명한 음식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지갑도 얇은 데다, 시원한 맥주 한 잔 말고는 달리 당기는 것도 없어 바로 셀프서비스 구역으로 직행했다.


건물 우측에서 잔을 꺼내 줄을 서고



점심과 마찬가지로 아우구스티너를 한 잔 주문했다. 라들러는 약하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헬로 주문.


지난 6월 마셨던 호프브로이는 예상보다 썼고, 흑맥주와 페어링할 안주를 먹을 것도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선택의 법위가 좁혀졌다.



어느 비어가든의 셀프서비스 코너가 그렇듯, 잔을 기울여 오크통에서 바로 따로 준다.


셀프서비스의 매력은 맥주를 잔에 따르는 과정에서부터 음주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케첩과 마요네즈 추가에 0.3유로.


뢰벤브로이를 제외하고는 다 돈을 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뢰벤브로이 역시 카드 리더기가 당시 작동을 안 했기에 그냥 줬던 것일 수도 있어 기본적으로 돈을 내야 한다고 가정하는 게 맞겠다.


결제는 현금만 받는다.



맥주는 시원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라 전반적인 온도가 내려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산뜻하고 가볍게, 그리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것이 정석적인 뮌헨의 라거랄까.


다만 닭은 부드럽거나 탱글거리기 보다는 바스러지듯이 입 속에서 녹아내렸던 다릿살을 제외하곤 별로였다.


독일 안주답게 짰고, 맥주와의 합도 괜찮았지만 어디까지나 맥주가 우수해서 묻혀가는 느낌이 강했다.



히르시가르텐의 특징을 꼽자면, 여타 비어가든과 달리 관광객이 몰리지 않아 한적하다는 점과 가족 단위의 이용갱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당장 좌석 뒤로 공원이 펼쳐져 있고, 아이들이 자유로이 뛰놀고 있으니 가족과 함께, 특히 아이와 함께 주말 오후 다녀오기 좋은 비어가든이랄까.



푸른 잔디에서 배구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떨어지는 해를 받으며 언덕 위에서 맥주 한 잔 걸치는 커플들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불을 피우고 바비큐를 해 먹는 가족도 있다.


뮌헨 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아우구스티너-켈러와, 대표 광장인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호프브로이하우스와 달리,


외곽의 님펜부르크(Nymphenburg) 궁전 근처에 위치해 있기에 저녁 시간에는 현지인만 찾는 듯하다.



공원을 잠시 걷다 돌아 나왔다.



궁전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봤기에 잠시 들러 외관만 구경했던 님펜부르크 궁전.


비어가든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기에 낮에 묶어서 다녀오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나와는 무관하기에 생략.



다만 궁전을 거닐며 바라본 뮌헨의 노을은 아름다웠다.



돌아오니 마당에서 캠프파이어가 진행 중이었다.


몇몇 친구들과 안면을 트고, 노래를 부르고 여행에 대해 얘기했다.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캠프파이어와는 대화 주제가 판이해 색달랐던 경험.


그럼에도 어느 여행자들이 만나면 그러하듯, 안부를 묻고, 어디서 왔는지 묻고, 여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건 똑같았다.



이후 텐트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옆 침대에 누워있던 독일인들이 침대를 부숴먹는 일이 있었고 - 웃기긴 했으나 시끄러웠다 - 새벽 1시까지 소음이 멎지 않아 겨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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