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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May 20. 2023

35분 환승과 급X

Copa Airlines 이용기

22. 12. 30: Day 15,


또 한 번의 공항 노숙을 마치고 일어나 바라본 새벽녘의 공항은 한산했다.


무게를 맞추느라 짐 정리를 다시 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캐리어 세 개 중 두 개가 무게를 초과했고, 나머지 하나는 거의 딱 맞던데, 짐 정리를 다시 해서 어쩌겠다는 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5시 비행기를 위한 체크인을 마쳤다.


당시만 해도 니카라과 등 중미 국가의 치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상당했기에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치안 역시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괜찮다 평가받는 코스타리카로 향할 계획이었다.


단순히 애틀랜타로의 비행기 티켓 가격이 싸다고 엘살바도르나 온두라스를 혼자 여행할 배짱은 없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


다만 41분의 짧디 짧은 환승 시간이 마음에 걸렸다.


1시간 30분도 때로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마당에 티켓에 적힌 41분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비현실적이었으며, 비행기를 놓칠 것을 거의 기정사실화한 채로 파나마 운하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 비행 여정 >


키토 마리스칼 수크레 국제공항(UIO, Mariscal Sucre International Airport)에서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PTY, Panama Tocumen International Airport)을 거쳐


후안 산타마리아 국제공항(SJO, Juan Santamaria International Airport)으로 들어가는 여정.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을 허브로 삼는 코파 항공(CopaAirlines)을 이용해 넘어갈 예정이었다.




하필 캘리포니아의 산호세와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가 철자부터 발음까지 모든 것이 같았기에, SJO가 아닌 SJC로 예약하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긴 했다.) 어찌어찌 예약도 무사히 마쳤고, 결국 문제가 될 것은 환승뿐...


알아본 바로는 국제선 최소 환승 시간이 30분으로 규정돼 있는 모양이었고, 카운터의 직원 역시 20분이어도 충분히 환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무난한 비행이었다. 비행기표 가격에 기내수하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우선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좌석 간 간격이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당했으며, 서비스의 질, 그리고 좌석 등받이에 부착된 스크린의 해상도 등이 만족스러웠다. 기종은 보잉 737.


이륙부터 착륙까지 아이 하나가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대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했다는 게 유일한 흠이지만, 이건 항공사 잘못은 아니니...


< 비행기에서 바라본 일출 >


5분 늦게 착륙한 비행기로 인해 내게 남은 시간은 35분...


그렇게 10분 만에 비행기에서 내린 후


산호세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다른 터미널로 질주하던 찰나...


배에서 신호가 왔다.


꾸르륵거리는 소리로 보아 작은 건 절대 아니었고,


터미널로 달려가던 나는 잠시 멈춰 서, 두리번거리며 화장실 사인을 찾아 눈을 빠르게 굴려댄 후, 결국 터미널 이동과 화장실에 20분을 소모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전력질주해 터미널로 뛰어간 나를 맞이한 것은 굳게 닫혀버린 비행기 탑승 게이트…


< PTY 공항 홈페이지 제공, 사실상 코파 항공이 독점하고 있다. >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기도 했고 (배가 아플 것이라는 건 확실히 계산 밖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파나마 운하를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기에, 파나마 시티에서의 하루를 상상하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비행기 연착에 대한 보험을 들어놨기에 솔직히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어차피 코스타리카에서의 첫 하루에 대한 계획 역시 없었기에 (산호세는 여행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렇게 창밖을 바라본 내 눈에 들어온 코파 항공 여객기 여러 대. 그리고 게이트에 연결된 이동 통로와 보잉 737 여객기 한 대.


의아함을 느껴 돌아본 전광판에 선명히 적힌 일곱 글자 단어: Delayed...


그렇다. 비행기 게이트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1시간가량 연착되었기 때문이었다.


착륙한 후 뛰어가며 확인했던 A tiempo(On time)를 잘못 봤던 것인지 아니면 그 짧은 시간 새에 바뀌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예정된 시간보다 40분 정도 늦게 비행기에 탑승해 산호세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 내내 많이 의지하게 될 호스텔 관리인? (실제 직업은 사진사다.) 루이즈와 연락이 닿아, 나이 지긋하신 호스텔 주인 할아버지의 차에 얹혀 숙소에 도착했다.  


< 여행 내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던 루이즈 >


하늘은 쾌청했고


< 모든 집 앞에 다 펜스가 쳐져있다. >


다가올 암운에 대해 까마득히 몰랐던 난 잠시 간의 낮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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