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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Feb 23. 2018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가장조 - 3악장

'터키행진곡' 딴딴딴 딴딴따라라라 따라라라란.

오늘 밤에 서울 지역에 눈이 올 예정이오니 우산을 챙겨서 외출하세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날씨를 알렸다.

저녁 시간이 지나서부터 눈이 내린단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느지막하게 집을 나섰다.


우산도 챙겼다.



창 밖이 보이는 취향관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다가, 창 밖을 보다가, 펜을 똑딱이다가,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을 하다가, 다시 창 밖을 보다가


저녁 7시 30분,

눈이 오지 않았다.



음악이 흘렀다.

제목은 모르지만 익숙한 음악.


스마트폰을 꺼내서 음악을 검색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가장조 - 3악장 '터키행진곡'


다음에 들으면 제목은 기억해야지, 생각하며 음을 따라 했다.


딴딴딴 딴딴따라라라 따라라라란.


다음번에도 아마 제목을 기억하진 못할 것이다.


볼링에서 3번 연속 스트라이크를 치면 터키라고 부르니깐

3번 정도 '터키'와 '행진곡'을 들으면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터키행진곡이 끝나면 제목 모르는 다른 음악이 흘렀다.

몇 번의 음악이 바뀌었다. 눈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밥벌이로써 글쓰기>라는 책을 읽었다.


오타가 보였다. 띄어쓰기가 안 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다.

증정받은 책이었는데, 파본을 증정한 모양이었다.


몇 개의 오탈자를 체크하고서 책을 덮었다.

책 읽는 것도 지루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느지막하게 집에서 나선 사람이 취향관을 들어섰다.


창 밖은 여전히 눈이 내리지 않았다.

바람은 차가웠다.


짐을 싸고 취향관을 나왔다.


밤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

우산을 챙겼다가 우산을 챙겨 돌아왔다.


딴딴딴 딴딴따라라라 따라라라란. 

Mozart (모짜르트) - Turkish March (터키행진곡)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Gj3MFdkRtvI




오늘 취향관을 찾은 건 눈 내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차 마시면서 창 밖으로 보고 싶어서였다.


차는 다 마셨고, 눈은 내리지 않았다.


목적을 가지고 찾은 취향관은 힘들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눈이 올 것 같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른다.


취향관을 찾은 목적, 이라고 적고 보니

취향의 목적, 이란 말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때의 취향이란 조금 더 힘든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힘든 취향이라니, 어렵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 내리는 날에 천둥은 처음이었다.


눈을 기다렸으니, 지금 떨어지는 눈이나 봐라며 창문을 두드리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 보고 싶었던 눈은 이런 눈이 아니었는데.


딴딴딴 딴딴따라라라 따라라라란.



180222 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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