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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9. 2019

어느 가을 저녁 / 승수

“너 추석이 무슨 뜻인지 알아?”

“추석…추…는 가을 추(秋)일 거고…석은 돌 석(石)인가?”

“그럼 뭐 가을의 돌 이런거냐?”

“아니 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 아 뭔데 그냥 말해줘”

“저녁 석(夕)! 가을 저녁이라는 뜻이야.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도 있어.”


J는 유난히 크게 뜬 보름달을 보며 K에게 추석의 의미를 설명했다. K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에겐 추석이라는 단어의 말뜻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어쨌거나, 그래서 그런지 달은 이쁘다 야.”


K가 말했다. 확실히 보름달이 이뻤다. 근래 본 달 중에 이렇게 유순하고 아른하게 아름다운 달이 있었는지 J는 떠올려 보려고 했다. 10초쯤 생각했을까, 확실히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름달 보면 보통 소원빌지 않아? 우리 소원 빌자.”

“나 참, 유치하기는. 너나 실컷 빌어. 난 그런거 안 믿는다.”


K는 한심하다는 듯이 J를 향해 눈을 흘기고 돌아섰다. J는 그런 K의 반응을 애써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주위가 고요했다. 풀벌레가 찌르르 우는, 참으로 한적한 가을 저녁이었다. J는 무슨 소원을 빌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게 한가위 때문인지 아니면 누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K는 무슨 소원을 중얼거리면서 비냐고 J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렇지만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못들은 모양이었다. 만약 들었으면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까. 토가 나올 것 같다거나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다거나 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뭐가 어찌됐든, 참으로 사랑스러운 가을 저녁이었다.


by. 승수 / 9월 3주차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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