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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24. 2020

토마토꽃(완성된 아름다움)

그리고_토마토

'짜장면 집 아들은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 나는 이를 '토마토 집 아들은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는다.'로 치환한다. 토마토로 산을 쌓아둬도, 그게 설탕을 뿌리지 않고도 설탕을 뿌린 맛이 난다는 대저 토마토를 눈앞에 두고도 토마토를 먹지 않는다. 나는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에서야 겨우 몇 개를 집어먹지만 그전에는 토마토를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다. 나는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토 집 아들인 나는, 토마토와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학창 시절에는 쉬는 날이면 토마토 농장으로 나가 토마토 상자를 수십, 수백 개씩 쌓아두고, 선별된 토마토를 날랐다. 휴가로 부산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다시 상자를 날라야 했다. 그러다 이제는 토마토를 판다. 주문서를 접수받고, 입금이 확인되면 주문이 완료되었다고 주문자에게 알린다. 하나, 둘 주문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은 한참을 주문이 없다. 그러던 중 누군가 묻는다. "대저 토마토는 처음 먹어보는 거라 그러는데, 초록색이 빨갛게 익을 때까지 후숙한 뒤에 먹어야 하는 것인가요?"


어릴 때부터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 본 적이 없던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빨갛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가? 초록색은 덜 익은 거라 먹으면 안 되는 것인가? 색에 상관없이 먹었던 기억이 났다. 초록색 기운이 돌 때는 조금 더 단단하게 먹을 수 있었고, 빨갛게 익으면 그런대로 조금 식감이 부드러워졌다. 너무 빨갛게 익으면 그건 주스를 만들어 먹는 식이었다. 아, 물론 내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나는 그렇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쪽이었다. 


어쨌든 초록색은 초록색인 상태로, 빨간색은 빨간 색인 상태로 먹는 것. 그게 토마토를 먹는 방식이었다. 토마토와 후숙은 나에겐 낯선 조합이었다. 그 낯선 조합을 묻는 주문자에게 초록빛이 도는 토마토를 먹어도 괜찮으며, 후숙을 시켜서 먹어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토마토는 그 자체로 토마토. 배송되어 가는 토마토는 어떻게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완전히 익어버려 쭈글쭈글한 상태인 토마토가 집에 남았다. 이미 말한 것처럼 나는 토마토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2.5kg 1상자를 받고도 잘 먹지 않은 탓이다. 그걸 그대로 회사에 들고 나왔다. 동기 중 한 명에게 토마토를 나눴다. "오, 이거 집에 가서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만들면 되겠다." 나는 먹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이미 어떠한 요리로 그려진 토마토.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_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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