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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15. 2021

무거워진 이유를 찾으라면 무서워진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건 너무 무거운 일이다.

무거워졌다. 무서워졌다. 무거워진 이유가 무서워져였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불 밖은 위험해. 밖은 추워. 이대로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거야. 달달한 거나 먹고 말아.


제일 쉬운 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바보상자를 틀어두고 맥주 한 캔을 홀짝이는 일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맥주의 맛을 쫓는 맥주 마니아도 아니고. 이미 저녁은 다른 음식으로 채운 뒤다. 밤의 이 시간을 그냥 죽이려 가장 쉬운 일을 택한다. 무섭기 때문이다. 이보다 어려운 일을 해낼 자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무거워졌다. 내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최고치를 찍는다. 이건 더 무서운 일이다. 체중관리를 해야겠다 말하며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밤늦은 시간에 무언가를 먹는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정해두지 않은 탓인지 가장 쉬운 일로만 몸이 향한다. 분명 문제다. 이건 너무 무거운 일이다.


매일 아침 체중을 적기로 했다. 매일 같은 공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안에서 나를 깨우치게 할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 그마저도 무시하면 끝이다. 대신하여 냉장고 앞에 종이를 한 장 붙인다. 적는다. 오늘은 몇 kg. 무거워진 내 몸을 보면서 무서움을 느낀다. 무서워서 무거워진 내 몸이 다시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아, 이건 아니다. 그 느낌을 적는다. 결국 적어야 깨닫는다. 적지도 않고, 깨닫지도 않고, 무거워지기만 하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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