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졌다. 무서워졌다. 무거워진 이유가 무서워져였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불 밖은 위험해. 밖은 추워. 이대로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거야. 달달한 거나 먹고 말아.
제일 쉬운 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바보상자를 틀어두고 맥주 한 캔을 홀짝이는 일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맥주의 맛을 쫓는 맥주 마니아도 아니고. 이미 저녁은 다른 음식으로 채운 뒤다. 밤의 이 시간을 그냥 죽이려 가장 쉬운 일을 택한다. 무섭기 때문이다. 이보다 어려운 일을 해낼 자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무거워졌다. 내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최고치를 찍는다. 이건 더 무서운 일이다. 체중관리를 해야겠다 말하며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밤늦은 시간에 무언가를 먹는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정해두지 않은 탓인지 가장 쉬운 일로만 몸이 향한다. 분명 문제다. 이건 너무 무거운 일이다.
매일 아침 체중을 적기로 했다. 매일 같은 공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안에서 나를 깨우치게 할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 그마저도 무시하면 끝이다. 대신하여 냉장고 앞에 종이를 한 장 붙인다. 적는다. 오늘은 몇 kg. 무거워진 내 몸을 보면서 무서움을 느낀다. 무서워서 무거워진 내 몸이 다시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아, 이건 아니다. 그 느낌을 적는다. 결국 적어야 깨닫는다. 적지도 않고, 깨닫지도 않고, 무거워지기만 하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