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전화 벨소리가 요란하다. “여보세요!” “언니” 저예요! ‘오늘 시간 어때요? “응 시간 괜찮아!”
그럼 탕정에 사는 언니를 태우고 같이 갈 테니까 셋이서 드라이브도 하고, 맛 집에 가서 점심을 먹자는 막내 동생의 전화였다.
무엇보다 제일 반가운 전화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니 어느새 동생들은 우리 집에 도착했다.
세 자매가 오랜만에 함께 외출하게 되니 즐거운 마음이 먼 여행이라도 하듯 마음이 금세 들뜬다.
대지는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아카시아 그윽한 향이 미치도록 우리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맛 집 찾아오는 길은 10여 리 길인데 차로 오니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것 같다.
식당 주인은 막내 동생이 잘 알고 지내는 분이라 반가이 맞아준다. 이곳은 국산 콩을 맷돌에 갈아 두부를 만들고 있다. 옛날 손 두부 맛을 느껴 보기 위해 두부전골을 먹기로 했다. 버섯과 채소가 듬뿍 들어가 시원하고 담백했다. 반찬은 멸치 볶음과 깻잎장아찌, 집주인이 개발한 비지로 만든 비지 볶음은 깻잎에 싸서 먹으니 고소하여 두 서 너 번 접시가 오고 갔다. 주인이 영양사여서인지 음식 맛을 제대로 낸 것 같아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곳에서 10여 리나 되는 ‘아산 세계 꽃 식물원’에 구경하기로 했다. 식물원에는 하우스가 여러 동으로 넓은 규모로 되어있다.
입구부터 군락지를 이룬 진 보라색 히야신스는 유니폼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입장하는 모습이다. 짙은 향이 코를 콕 찌른다. 마음이 벌서부터 설렌다. 곱게 단장한 새색시 모습 같은 튤립도 수줍은 듯 배시시 웃는다. 어디서 왔는지 천장에 매달린 바나나 열매 같은 꽃이 어떻게 보면, 나팔을 달아놓은 것 같기도 하다. 매혹적인 연보라색에 웨딩마치 장소를 조성해 놓은 곳엔, 방금 선남선녀가 혼례식을 올리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듯도 하다. 젊은 연인들은 아예 꽃과 향에 취해 달콤한 사랑에 빠져있어 연인들의 아지트가 되었는가 싶다.
3천여 종류의 꽃들의 색갈이며 제각각의 향기를 풍기고 있어 탄성과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제일 여왕이라 불리고 싶은 꽃이 있다. 부겐빌레아다. 줄기를 벋으면서 꽃 보라색으로 은은하게 화려하고도 매혹적인 반면 향 또한 어느 꽃과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향이다.
우리 자매들 중에 멋 내기를 좋아하는 동생이 그날따라 예쁜 핑크빛 원피스를 입고 멋진 썬 그라스까지 끼고 있어 우리가 보아도 귀부인이다. 여왕 꽃 부겐빌레아 앞에 세워놓으니 너무도 잘 어울렸다. 잠시 여왕이 되어보는 기분도 내어 보았다. 막내 동생은 우리 둘을 예쁜 꽃 앞에 세워놓고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역만리에서 날아와 우리한테 이렇게 많은 꽃을 볼 수 있게 해 주어 무한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제각기 다른 꽃의 모양과 색상 향기에 매료되어 별천지에 온 듯 모두 행복한 표정들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 닿고 저리 닿고 나이도 망각하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세 자매의 행복한 시간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맘껏 즐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