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쉴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줘."
2016년 8월 16일
경기도 안양시에서.
안녕하세요. 그간 격조했습니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덥습니다. 집 앞 마트에서 장만 보고 돌아와도 땀이 나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날씨입니다. 이런 날씨조차도 아름답게 보이는 요즘이기에 저는 결혼을 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일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오래된 진리에 따라 최대한 많은 분께 이 사실을 알려 행복함에 잔뜩 뒤덮인 결혼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동안 서로 자주 안부를 물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은 분명 오랜 세월 동안 저와 함께 해오신 제 소중한 인연입니다. 결혼식을 겨우 한주 앞두고 이렇게 알리게 되어 많이 놀라셨죠. 아마 한국 사회에서 이런 경우로 결혼 소식을 알리는 일은 전무 후무할 것입니다. 더 일찍 이 소식을 알리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점은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결정한지는 꽤 됐습니다만 저희가 결혼을 하는 것이 처음인 까닭에 모든 것이 서툰 점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결혼식은 특별할 것 없는 저희 집 근처 안양의 한 웨딩홀에서 진행됩니다. 찾아오시기 편하게끔 하단부에 약도를 첨부하겠습니다. 동네 웨딩홀치고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퀄리티로 리모델링해 새로 오픈했다고 하니 조금 기대를 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일정을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8월 27일 결혼식을 마치고 당일 이 글을 읽는 분들과 함께 조촐한 뒷풀이를 한 후 28일 인천공항을 출발, 일주일간의 신혼여행을 즐긴 후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신붓감이 될 여자를 다시 한 번 소개 드립니다. 이름은 김은정입니다. 은정이라는 이름은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굉장히 흔한 이름 중 하나이지요.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은혜롭고 정직한, 은근히 정이 많은, 은은한 정다움 등 복잡한 이름이 아니니만큼 많은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으며 그녀의 이름에 부여할 수 있는 수많은 의미 중 어떤 것이 맞든 하나하나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저는 굉장히 훌륭하고 멋진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 됩니다.
저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어찌어찌 지금까지 오긴 했지만 사실 지금 상황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세상살이 쉬운 것이 어디 있겠느냐만 요즘은 그 말에 특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회사 들어가서 월급 받아먹고 살고도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런 환경 탓에 변하게 된 건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것이 숨어있다 드러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래 썩 좋지 못했던 성품도 더 안 좋아진 것만 같습니다.
그런 저와 5년 이상 시간을 함께 보내고, 다투고, 화해하고, 믿어 주고, 사랑해 주었다는 것은 그녀가 무한한 인내심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다년간 사업을 하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너무 큰 기대를 하면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결혼과 사업을 연결지어 비유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겠으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당장 하루아침에 뭐가 크게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게 '아이고 세상에 선생님. 결혼을 하셨군요? 이젠 걱정 마세요! 제가 함께 할 테니까요! 하하핫!' 이라며 호쾌한 웃음을 터트릴 것을 믿지 않습니다.
행복은 뜬구름과 같습니다. 구름은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한 곳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모여있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려 계속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행복도 이와 같습니다. 잡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 행복이므로 그것은 각자의 '복'이며 운입니다. 행복은 고생의 결과물이나 응당 받아야 마땅한 권리가 아닌 우연히 얻게 되는 인생의 보물상자라는 말입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이야기하면 겸손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겸손이라는 친구에게는 유독 호감을 보여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점은 변함없지만 겸손과 함께하는 사람에게는 우연을 핑계로 좀 더 자주 찾아간다고 합니다.
퇴근 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 거실에 드러누워 TV를 보며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 가끔은 예전처럼 둘이 술 한잔하는 것. 제 얼굴만 봐도 좋다고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 저와 은정이가 결혼해서 바라는 것은 이와 같은 평화롭고 단순한 삶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제 삶이 그러했듯 항상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연애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별것 아닌 일로도 행복해하겠지만 별것 아닌 일로도 크게, 혹은 작게 다툴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조차도 결과적으로 행복한 일상의 일부이자 인생이라는 장편 영화의 명품 조연입니다. 우리의 삶에 굴곡이 없다면, 평소의 그 평온한 일상을 우리가 행복으로써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리하여 저는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사와야 할 것들이 적힌 종이를 어머니로부터 받아들고 첫 심부름을 나서던 어린 시절의 그날처럼 떨리지만 설레는 가슴을 안고서요.
남들 다 하는 결혼인데 청첩장이 별스럽게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언제든 저와 술잔을 기울일 수 있고, 밥을 맛깔나게 지어줄 수 있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소개팅에 처음 나간 숫총각처럼 별의별 말들이 웃음을 잔뜩 머금고 머리 속을 방방 뛰고 있습니다.
부디 이런 저희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겠으나 굳이 선물까지 보내주시겠다면 못난 저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될 저의 아내에게 환한 미소와 사랑을 베풀어 주세요.
그럼 결혼식장에서 뵙겠습니다.
박경식 올림.
내 오랜 친구 박경식과 김은정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전에 니가 부탁했었던 결혼식 사회는 순순히 보도록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발 신랑이 마음을 고쳐먹고 축가 선곡을 바꿨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넌 아랑곳않고 담배가게 아가씨를 부를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글쓴다고 노래 추천해달랬더니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을 써달라고 한 너니까. 그냥... 창피함을 잘 참고 끝까지 사회를 잘 보도록 노력해볼게.
결혼식날 보자. 축하한다.
누군가는 좋은 집이 꿈이라 말하죠
누군가는 멋진 차가 꿈이라 말하죠
그때 나는 저 하얀 구름을 가르며
파란 하늘을 나는 게 꿈이었죠
날수가 없다고 모두 말하지만
I Believe I Believe
그대와 함께면 I Can Fly
나의 날개 너와 함께 I Can Fly
사랑해 눈부신 저 태양만큼
나의 곁에 있어줘 영원히
오를 수가 없는 산이 눈앞에 있을 때
건널 수가 없는 강이 눈앞에 있을 때
지친 나는 손 내밀 누구도 없는데
잠시 쉴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줘
할 수가 없다고 모두 말하지만
I Believe I Believe
그대와 함께면 I Can Fly
나의 날개 너와 함께 I Can Fly
사랑해 눈부신 저 태양만큼
나의 곁에 있어줘 영원히
지금 하늘을 나는 이 기분
가슴속에 간직하고파
그대란 날개 함께 저 하늘 향해
날고 싶어
그대와 함께면 I Can Fly
나의 날개 너와 함께 I Can Fly
사랑해 눈부신 저 태양만큼
나의 곁에 있어줘
나의 날개가 돼줘 영원히
그대라는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