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시원한 바람과 쾌청한 하늘의 연속인 10월. 어김없이 나는 광주로 향했다. 내가 특히 광주에 자주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꾸준히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는데, 경기도로 올라오고 나서도 이리저리 여러 미용실을 돌아다니며 나의 머리를 맡겨봤지만.. 내 마음에 드는 미용실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살았던 집 산수동 호남맨션 바로 앞에 '세인헤어'라는 작은 미용실이 있었다. 의자에 앉으면 원장님께서 나에게 맞는 스타일로 알아서 해주시며 머리를 만지시는 솜씨 또한 뛰어나셨기에 그만큼 자주 왔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 혹은 수도권 어지간한 미용실보다 더 뛰어난 솜씨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내가 머리하러 광주까지 가는 모습을 보신 어머님께서는 "뭐 하러 광주까지 가서 머리를 하냐?"라고 물으시고 이해하기 힘든 표정으로 말씀하셨지만, 시간이 지나 어머님도 몇 번 '세인헤어'에서 머리를 하시더니 이제는 어머님도 나와 같은 광주 산수동 '세인헤어' 미용실에서만 머리를 하신다. 다시 말해 머리하러 동탄에서 광주까지 간다는 말이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새로 이사 온 집 주변 미용실에서 몇 번 머리를 정리해 봤는데 도저히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광주 산수동까지 가서 머리를 하는 이유는 머리를 어머님 스타일에 어울리게 잘하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 어머니도 나처럼 살아왔던 동네가 변해가는 모습이 아쉽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미용실 예약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카메라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녔다.
나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주변 집들 대문에 빨간색 락카로 칠해진 X자 표시와 함께 적혀있는 단어 '퇴거'였다. 1층 관리사무소, 주변 주택들 대문까지. 분명히 4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기 주민분들하고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들 떠나가 버리고 빈집으로만 남아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가구들은 골목에 나와있었고,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 장소에는 이사를 가고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가구들과 물건들로 넘쳐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가던 도중 이미 사람들이 다 나갔음을 알려주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스함'이었다.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 특성상 도시가스함이 아파트 각 동 뒤쪽에 달려있는데 이미 떠나간 집에 해당하는 가스함에는 '사용중지'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고 가스함과 연결되는 고리 부분이 분리되어 있었다.
아파트 앞쪽으로 돌아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제 마지막 남은 집이 이사 가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물건을 들고 내려오고 다른 분께서는 1층에서 크게 소리치셨다.
빠트린 물건 없는지 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