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부스 Dec 14. 2022

7. '등대' 같았던 한줄기의 불빛


감춰둔 기억? 잊힌 기억?
바다 한가운데 홀로 빛을 밝히는 하나의 등대 같았던 집


짧은 시간 사이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간듯싶었다. 


항상 테트리스 하듯이 꾸겨 넣어 주차하던 아파트 뒤편 작은 주차장은 이제 아무렇게나 주차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텅텅 비어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져나간 상태였고 특히, 내가 살았던 B동은 정말 깜깜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녁시간만 되면 밥 짓는 냄새와 함께 사람들의 말소리와 인기척이 많았던 이곳은 재개발 소식과 함께 입주민들에게 나가야 하는 데드라인이 정해지면서 몇 달 사이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들리는 소리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나의 발자국 소리와 길고양이 소리 그리고 건너편 큰길에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가 전부였다.


A동 B동 C동 전부 불이 꺼지고 이미 나가버린 집이 더 많았다. 쓰레기장의 쓰레기는 더 많이 쌓인 느낌이며 저번에 왔을 때 만났었던 큰 침대 매트리스는 아직까지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분명 예전 같았으면 어서 치우라고 난리 치거나  혹은 누군가가 가져갔을 텐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여전히 전시 중이다. 그만큼 이 매트리스는 아직까지 산수동 호남맨션 아파트를 떠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나 보다.


제일 뒤에 위치한 c동을 둘러보고 다시 b동으로 내려왔다. b동 바로 앞에 위치한 a동에는 작은 별처럼 불이 켜진 가구가 있었다. 유난히도 조용했던 그날의 저녁이었지만 마치 아직 누군가가 아직 호남맨션 아파트 혹은 이 동네를 잊지 못해 추억에 잠겨 찾아왔을 때 반겨주는 하나의 바다 위의 등대 같았다.


아마도 이 집은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등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겠지? 


마지막까지 비추다 사라질 이곳. 


불이 꺼져있는 집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앞으로 이제 이곳에서 같은 위치에서는 다시 불이 들어올 일이 없겠지...

불이 꺼짐과 동시에 이곳에서의 사람들의 기억도 잊혀지는걸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한 번씩 찾아오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