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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Dec 10. 2022

6. '재개발'이라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울부짖음


확연히 줄어든 인기척 
그리고 어느 집에서 흘러나온 울부짖음


재개발을 하기 위해 시작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뜻인 걸까? 갈수록 산수동 호남맨션 아파트에는 인기척이 줄어들었고 철거예정이라는 빈집 표시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파트 동 입구에는 '긴급 수도 점검' 빨간색 강렬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아마도 철거 전 마지막 수도 점검 일듯 싶다. 그동안 사용했던 가구, 전자제품 등등 많은 제품들이 쓰레기장에 모여 있었고 거주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다른 곳으로 떠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살았던 b동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아직까지 이 동에 몇몇 가구가 살고 있는지 아파트 외관에 남아있는 에어컨 실외기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카메라를 꺼내기 위해 주차했던 주차장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 세워진 차는 내 차 한 대뿐...  



'아파트 주차장이 이렇게 넓은 곳이었나..?'



광주 산수동 호남맨션 아파트는 1980년도에 지어져 40년이 넘는 작은 아파트라 제대로 된 주차장 하나 없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차가 이렇게 많이 다닐 줄 알았겠는가? 


아파트 올라오는 골목길 혹은 c동 뒤에 있는 공터에 주차를 하곤 하는데, 밤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테트리스 하듯이 주차를 하거나 저 멀리 주차를 하고 걸어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만약 주차를 한다 한들, 아침 일찍 차를 빼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라오기 때문에 차라리 멀리 주차를 하고 걸어와서 아무 걱정 없이 잠을 자는 편이 나에게는 더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개발 소식이 있고 우리가 나가야 하는 데드라인이 정해진 뒤로부터 한집 두 집 이사 가기 시작하면서 주차 공간이 남기 시작하였고 주차하기가 훨씬 편해졌었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다시 b동 앞으로 돌아왔을 때 a동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상당히 슬퍼하며 울부짖는 목소리로 들렸다.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들어봤더니 어떤 한 분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알았다고요!
나갈 거라고요!
 나간다고!
조만간 짐 빼고 나간다고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문제인지 혹은 조합원? 누구와의 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거 또한 선 넘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재개발..


보통 우리는 '재개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화려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거대한 신식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이러한 상상 속에 가려진 또 다른 모습.. 



어떻게 보면 낡은 아파트를 우리의 안전과 미관 그리고 새롭게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하지만, 재개발이라는 화려함 속에 가려진 누군가의 슬픈 울부짖음은 나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a동 앞으로 이동하여 잠시 아파트 정자 주변을 돌아봤다. 


항상 누군가가 이불빨래를 널어놨던 곳에는 텅 빈 빨래집게만 남아있었고 그 주변에는 거미들이 집을 장만하여 살고 있었다.


거미야! 나도 아직 내 집이 없는데 너는 벌써 집을 장만했구나?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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