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부스 Dec 03. 2022

5. 세월의 전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아파트


습관의 무서움 그리고 세월의 전시장


산수동 호남맨션을 떠나고 1달이 지났다. 나는 광주에서의 일정이 생겨 집으로 향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분명히 새로 이사 간 집은 순환도로에서 내려와 바로 우회전을 해야 하지만, 나는 습관처럼 두암타운 사거리까지 내려가서 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율곡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고 나서야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고 길을 잘못 들어왔음을 금방 깨달았다.


' 아! 여기 아니지 ' 


이사를 가고 계속해서 광주에 머물렀으면 모를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려오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옛날 집 산수동 호남맨션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가려했지만, 그래도 여기 앞까지 왔으니... 한 달이라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호남맨션 아파트 입구까지 왔다. 그리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내려 아파트 한 바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 전 이사 가기 위하여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차가 주차되어 있던 장소는 텅 빈 골목이 되어버렸고 쓰레기장은 갈수록 더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각 동 앞에 잡동사니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듯한 물건들이 전부 나와있었다. 마치 한 편의 전시장을 연상시키게 하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냉장고와 식탁, 의자, 선풍기 그리고 책상까지.. 


오히려 이 아파트와 함께 보내온 물건들이 곧 사라지는 아파트와 마지막을 함께 보내는 전시이자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전 04화 4. 항상 나를 반겨줬던 현관문을 마지막으로 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