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무서움 그리고 세월의 전시장
산수동 호남맨션을 떠나고 1달이 지났다. 나는 광주에서의 일정이 생겨 집으로 향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분명히 새로 이사 간 집은 순환도로에서 내려와 바로 우회전을 해야 하지만, 나는 습관처럼 두암타운 사거리까지 내려가서 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율곡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고 나서야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고 길을 잘못 들어왔음을 금방 깨달았다.
' 아! 여기 아니지 '
이사를 가고 계속해서 광주에 머물렀으면 모를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내려오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옛날 집 산수동 호남맨션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가려했지만, 그래도 여기 앞까지 왔으니... 한 달이라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호남맨션 아파트 입구까지 왔다. 그리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내려 아파트 한 바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 전 이사 가기 위하여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차가 주차되어 있던 장소는 텅 빈 골목이 되어버렸고 쓰레기장은 갈수록 더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각 동 앞에 잡동사니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듯한 물건들이 전부 나와있었다. 마치 한 편의 전시장을 연상시키게 하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냉장고와 식탁, 의자, 선풍기 그리고 책상까지..
오히려 이 아파트와 함께 보내온 물건들이 곧 사라지는 아파트와 마지막을 함께 보내는 전시이자 시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