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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Nov 27. 2022

4. 항상 나를 반겨줬던 현관문을 마지막으로 닫다.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호남맨션아파트

마지막 그리고 이사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정말 신비의 단어답다. 그렇게 질리도록 봐왔고 그만 봐오고 싶었던 풍경 혹은 일이든 사람이든 어디서든간에..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당분간 못 볼 생각을 하면 괜히 한 번 더 보고 싶고 아쉬운 마음에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지막과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공존을 하며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핸드폰 혹은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으로 남겨둔다. 


나 역시 이사 가는 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질리도록 봐왔던 창문 그리고 바깥 풍경은 이제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는 못 볼 풍경이라 생각이 들어 괜히 방에 있는 창문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창문 위에 손을 올려 밖을 한번 쳐다보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평소와 다른 특별한 감정이 드는 건 아니지만 괜히 한번 폼 잡으며 쳐다볼 때가 한 번씩 있지 않는가??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쉬움이라는 감정의 공존과 함께 잠시 생각에 잠긴다.



특히나, 재개발로 인하여 내가 지금 보고 있던 이 모습의 풍경은 평생 되돌릴 수 없는 풍경이기에..


1980년도에 지어진 아파트라 워낙 낙후된 시설은 당연하고 때로는 불편함도 많았던 산수동 호남맨션 아파트. 하지만,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안식처이자 아늑한 장소였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도 많았던 이곳 산수동 호남맨션아파트. 그동안 여기에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배고파서 빨리 밥 먹으러 달려가는 일, 추운 겨울 슬리퍼만 신고 치킨을 배달받으러 1층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눈뜨고 일어나니 눈이 발목까지 쌓여있기도 했었다. 때로는 술을 잔뜩 먹고 들어와 휘청휘청 걸어 들어오기도 했으며 항상 좁은 신발장에는 이모 신발이 놓여 있었다. 침대는 없었지만 그 어느곳보다 따뜻했던 방바닥에 누워 이런저런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던 이곳. 침대는 없었지만 그 어느곳보다 따뜻했던 방바닥이었다. 


여름이면 복도에 벌레들로 가득 차 있었고 때로는 항상 나를 반겨줬으며 나의 20대를 함께 보냈던 광주 동구 산수동 호남맨션아파트 



 마지막에는 현관문이 눌러앉는 현상 때문에 이사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지만 이렇게 힘줘서 강제로 밀어 넣는 현관문도 이제 마지막이다.


모든 짐들이 빠지고 뒤에 나는 눌러앉은 현관문을 잡고 힘껏 밀어 넣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한번 안아주듯이 어루만졌고 작별인사를 했다.



고마워.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20대를 같이 보내주며 항상 나를 반겨줘서. 




그리고 나는 굳게 닫힌 문을 뒤로한 채 계단을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걸고 새로 이사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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