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숙소에 들어가 찍었던 사진들을 노트북에 백업과 동시에 분류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밤늦은 시간이 되었다. 항상 어디를 나갈 때마다 내 가방 속에는 카메라가 들어가 있어야 하기에... 사실 중간에 딴짓만 안 했으면 진작에 끝나고 쉴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중간중간 딴짓할 때가 가장 재미있고 깨알 같은 시간이 아니겠는가?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대로 잠들기에는 아쉬워 다시 협재 해수욕장을 향해 걸어갔다.
협재해수욕장 밤하늘을 뒤덮은 불꽃
완전히 성수기도 아니었고 5월 중순 그것도 평일 저녁 협재해수욕장은 잔잔한 밤바다 파도소리와 함께 일부 관광객들이 놀러 나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처럼 혼자 앉아 밤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기에는 심심해서 바로 앞 편의점에 맥주 4캔을 사 왔다.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분리수거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맥주캔을 한 모금 마시고 멍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파도 소리에 의존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에 보이던 비양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작은 어선들 불빛만 보일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갈증이 그렇게 심했는지.. 일에 대한 갈증?? 아니면 뭔가 부족하고 허전함에 대한 갈증인지.... 맥주 한 캔을 금방 비워버리고 두 번째 캔을 마시기 시작할 때쯤 왼편에서 폭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폭죽 소리는 금방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고 산책하던 사람,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친구들, 혼자 나온 사람들 모두 폭죽에 시선을 집중하였고 폭죽이 끝날 때까지 폭죽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곧이어 두 번째 폭죽과 세 번째 폭죽이 동시에 터지면서 잔잔했던 해수욕장의 밤하늘은 폭죽 소리와 함께 불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 폭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 한마음으로 폭죽을 바라봤다. 이들이 제주도를 찾아온 이유는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행 목적인 친구들도 있고 아니면 나처럼 무언가에 계속해서 빈자리가 느껴져 잠시 위안받으며 채워보고자 찾아온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단순히 여행 목적으로 제주도를 방문한 친구들 또한 많은 고민이 있을 거고 무언가에 대해서 위안받고 싶어 찾아온 마음이 없지 않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치유받고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제주도 밤바다를 찾아오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그런 경우 있지 않는가? 겉으로 쉽게 티는 못 내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는 못하고 계속 우리와 붙어 다니는 하나의 혹처럼
그렇게 우리는 하늘을 협재 해수욕장 밤하늘을 뒤덮는 불꽃놀이에 답답하고 위안받고 싶은 마음을 날려버린 건 아닐까?
나는 제주 협재해수욕장에서 무엇을 만난 걸까?
다음날 아침 나는 오후 일정이 잡혀있기에 오전과 점심까지는 협재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제 우리에게 한 편의 선물을 만들어줬던 폭죽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다시 에메랄드빛 바다의 모습과 잔잔한 파도소리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어제 혼자 멍하니 앉아서 불꽃놀이, 맥주를 마셨던 자리도 가보고 돌탑들이 쌓여있는 장소도 다시 가보고 비양도와 파도를 바라봤던 나만의 명당 장소에도 다시 한번 찾아가 봤다. 달라진 건 없이 어제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나 자신의 마음가짐과 생각의 변화가 아닐까?
어린아이들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해수욕장 주변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어제와 같이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여행 온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모든 게 똑같았다.
그럼 난 협재 해수욕장에서 무엇을 만난 걸까?
돌탑? 잔잔한 파도? 비양도 뷰 명당자리? 사진을 부탁한 잠깐의 시간? 밤바다 소리? 파도? 맥주캔?
이 모든 것들이 해당되겠지만 어딘가 허전해 비어있고 위안받고 싶어 찾아온 나를 위로해준 밤하늘의 폭죽이 아닐까 싶다.
물론 밤하늘의 폭죽을 모두가 바라봤고 그 폭죽 안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겠지만.. 내 이야기도 포함되어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