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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Jul 16. 2015

명왕성 6

재분류 원인 - 공전 궤도와 크기, 위성

명왕성이 행성X(Planet X)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지만, 덩치 큰 천왕성과 해왕성의 궤도 운동을 교란하기에는 명왕성의 크기가 작아 행성X 탐색의 부산물로 여겨졌다고 명왕성 5편에서 적었다. 그런데, 명왕성은 발견 직후부터 행성이 맞는지조차 의혹을 받고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현대의 행성 정의에 대해 적은 행성이 뭘까 2편에서 간략히 적었듯이, 명왕성의 행성 자격에 대한 논란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해서, [1] 명왕성 공전궤도와 명왕성 크기, 구성 성분 등 명왕성 자체 특성 때문에 촉발된 논란과, [2] 1990년대부터 카이퍼대 천체들과 명왕성의 형제 겨 천체들이 발견되어 명왕성의 족보(?)가 드러나면서, 이런 외적 요인 때문에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 논란,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이 글 명왕성 6편에서는 [1] 명왕성 자체 특성에 대한 논란을 상세하게, 다음 글 명왕성 7편에서는 [2] 명왕성 친척 천체 발견에 따른 논란에 대해서 상세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발견 직후부터 쭈~욱~ 이어져서 -_-; 결국 왜행성으로 재분류되기에 이르는 명왕성의 행성 자격에 대한 의혹의 역사를 짚어 보는 의미이다.



공전 궤도의 문제


케플러의 법칙에 따라 태양을 공전하는 모든 천체의 공전 궤도는 행성이건 위성이건 혜성이건 타원형 공전궤도이다. 행성처럼 동그란 원에 가까운 타원궤도인가, 혜성처럼 길쭉한 타원궤도인가 차이는 있으나 모두 타원형이다. 그런데, 명왕성의 공전궤도를 조사한 결과 행성 치고는 특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 첫째 : 명왕성 공전궤도의 모양과 배치가 특이했다. 아래 그림은 명왕성의 공전궤도를 위쪽에서 보면서 해왕성(Neptune)의 공전궤도와 비교한 것이다. 파란색 선이 해왕성의 공전궤도이고, 빨간색 선이 명왕성의 공전궤도이다. 명왕성의 궤도 형태가 혜성처럼 심한 타원형은 아니지만 타원에 상당히 가까와서, 원형에 가까운 보통 행성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더 큰 문제는 명왕성의 공전궤도의 일부가 해왕성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즉, 때로는 명왕성이 해왕성보다 안쪽에서 공전하고, 해왕성보다 명왕성이 태양에 가까와진다. 행성끼리 공전궤도가 엇갈려도 되는 걸까? 이 때문에 예전에 명왕성이 행성으로 분류되던 시절에는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명료하지 못해서 "주로 명왕성이지만 때로 해왕성"이라는 식이었다.

위쪽에서 본 명왕성의 공전 궤도

 • 둘째 : 명왕성 공전궤도의 기울기도 특이했다. 아래 그림이 명왕성의 공전궤도를 옆에서 보면서 다른 행성들의 공전궤도와 비교한 것으로, 하얀색 선 근방에 다른 행성들의 공전궤도가 몰려있는 반면,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명왕성의 공전궤도는 심하게 기울었다.

    심하게 타원형이고 심하게 공전궤도가 기울은 천체로는 혜성이 있는데, 명왕성의 공전궤도는 행성과 혜성의 중간쯤 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옆에서 본 명왕성의 공전 궤도

 • 셋째 : 공전궤도의 형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명왕성의 공전이 해왕성과 동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해왕성의 공전 주기는 약 164.8년(=60190일, 지구의 하루와 1년 기준)이고 명왕성의 공전 주기는 약 247.7년(=90465일)이다. 해왕성이 약 6만 일에 명왕성이 약 9만 일로 대략 2:3 비율인 것에 주목하자. 단순히 숫자뿐 아니라 실제로 해왕성이 2번 공전할 때 명왕성이 3번 공전하도록 동기화되어 있다. 동기화되어 있는 등의 이유 때문에 명왕성의 공전궤도가 해왕성의 공전궤도를 침범해도 명왕성과 해왕성은 충돌하지 않는다.


    이게 왜 심각한 문제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행성이 뭘까 2편에서 나왔던 행성의 궤도 청소력(Clearing the Neighbourhood)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보자. 충분한 크기와 중력을 가진 행성은 공전궤도 상의 자잘한 천체를 흡수하거나 튕겨내는 궤도 청소력을 가진다. 그런데,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고 먼지를 완전 제거할 수는 없듯이, 행성이 궤도 청소력을 가져도 궤도 상의 자잘한 천체를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

    청소되지 않고 남은 자잘한 천체 중 대다수는 행성의 공전 운동에 연동되며, 이를 공전 동기화라고 한다. 동기화되는 양상은 1:1(행성이 1번 공전할 때 같이 1번 공전), 1:2, 2:3 등으로 다양하다. 당연하겠지만, 지구 주위에도 지구 공전에 동기화되어서 공전하는 소행성 등의 자잘한 천체들이 있다.

    공전이 동기화된다는 것은 자잘한 천체가 행성의 중력에 끌려 공전한다는 의미이다. 속된 표현으로, 공전 동기화는 자잘한 천체가 행성의 똘마니가 되었다는 뜻이다. 결국 명왕성의 공전이 해왕성에 동기화되었다면 명왕성이 해왕성의 똘마니 -_-; 이런 의미가 된다.


    명왕성의 공전궤도가 형태부터 행성인지 혜성인지 애매하더니, 그나마도 해왕성의 똘마니 공전궤도라니... 이 쯤이면 "명왕성은 행성 아니다"고 주장하는 천문학자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겠지?

    명왕성이 크기도 작고 해왕성에 끌려다니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명왕성이 해왕성의 위성이었다가 튀어나갔다고 주장하는 천문학자까지 생겼다. 요즘에는 그보다는, 해왕성에 명왕성보다 약간 큰 거대 위성 트리톤(Triton)이 있는데, 이 트리톤이 명왕성 비슷하게 해왕성 근처에서 얼쩡거리다가 -_-; 해왕성에 포획되었다고 추정한다.

해왕성의 거대 위성 트리톤의 사진



크기의 문제


명왕성은 워낙 멀리 떨어진 작고 어두운 별이어서, 발견 당시에는 직접 크기를 알아낼 수 없었고 추정해야 했다. 공전 궤도를 알고 있으므로 명왕성까지 거리는 알고, 먕원경으로 명왕성의 밝기를 알고 있으므로, "천체가 저 정도 거리에 떨어져서 저 정도 밝기로 보인다면 크기가 대략?" 이런 식으로 추산하는 거다. 당연히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크기를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이런 추산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밝기를 이용해 천체의 크기를 추산하기 위해서는 천체 표면의 형태가 중요하다. 명왕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해서 빛나는 천체의 경우, 표면이 바위라면 빛을 잘 반사하지 못해 같은 거리에 있더라도 어둡게 보일 것이고, 표면이 얼음이나 가스라면 빛을 잘 반사해 같은 거리에서 더 밝게 보인다. 예를 들어, 두 천체 A와 B가 관측자로부터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고 같은 밝기로 보인다고 하자. A는 얼음 표면, B는 바위 표면이라 할 때, 어느 천체가 더 클까? 답은 B. B는 바위 표면이라 빛을 덜 반사하므로 같은 밝기로 보이려면 더 커야 한다. 천체 표면이 태양빛을 얼마나 잘 반사하는지를 반사율(Albedo)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며, 크기를 알기 힘든 태양계 내 천체의 크기를 추산할 때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발견 당시에는 명왕성의 표면 형태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마저 추정해야 했다. 명왕성의 밝기가 매우 어두웠으므로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처럼 크고 태양빛을 잘 반사하는 가스형 행성일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일단 명왕성이 지구나 달과 같은 바위형 행성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추정을 통해 명왕성을 발견한 직 후인 1930년대에 명왕성 크기를 추산한 결과 대략 지구보다 약간 작은 행성이라고 나왔다. "공전궤도는 이상하지만 크기는 행성급이네"하며 다소 안도했으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질 않았고, 명왕성의 크기 추정치가 해가 지날수록 작아졌다. 카이퍼 대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제러드 카이퍼(Gerard Kuiper, 1905~1973)는 1948년 명왕성의 무게가 지구의 10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후 몇십 년이 지난 1976년에야 명왕성의 빛을 겨우 스펙트럼 분석할 수 있었는데, 명왕성 표면에 메탄 얼음 류가 많다고 밝혀졌다. 메탄 얼음이라면 혜성의 구성 물질이기도 하고, 바위 표면보다 반사율이 높아 더 작은 크기로도 같은 밝기로 보인다. 결국 명왕성의 크기가 다시 줄어들어서 지구 무게의 100분의 1 정도라고 추산되었다.



위성


뉴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명왕성(오른쪽)과 위성 카론(왼쪽)

    1978년에는 명왕성의 크기를 매우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는 계기가 나왔다. 드디어 명왕성의 위성이 발견된 것이다. 카론(Charon)으로 이름 붙여진 이 위성은 명왕성에서 약 2만km 떨어져서 명왕성을 공전하고 있었다. 지구와 비교하면 정지궤도 인공위성이 약3만6천km 고도에서 공전하고 GPS 위성이 약 2만km 상공에서 공전하므로, 위성 카론은 GPS 위성 정도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명왕성을 공전하고 있었다. 위성 카론이 가깝게 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명왕성+카론이 하나의 별인 것처럼 잘못 알았고, 이 때문에 명왕성의 크기도 실제보다 크게 추산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명왕성과 카론의 공전 운동을 관측해서 상호 미치는 중력을 파악해 무게와 크기를 계산했더니... 명왕성의 무게는 지구의 약 500분의 1 즉 0.002배이고, 직경은 약 2300km로 지구의 0.18배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성 카론은 무게가 지구의 0.00025배로 명왕성의 약 8분의 1이고, 직경은 1200km로 명왕성의 반 정도이다.

    지구 위성인 달의 직경은 약 3480km... 카론은 물론이고 명왕성조차도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도 한참 작다. 공전궤도를 행성으로 보기 어렵더니, 크기마저 이렇게 작다니... 행성이랄 수 있는 걸까?


    이렇게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명왕성이 행성 치고는 작아도 너무 작다는 문제가 새로이 불거졌다. 또한, 위성 카론은 명왕성과 비교하면 상당히 커서,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카론도 위성이 아니라 행성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인류가 최초로 이중 행성계를 발견한 셈이다, 등등 정체성 혼란을 부추기는 새로운 형태의 주장들까지 불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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