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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Jul 19. 2015

명왕성 7

재분류 원인 - 카이퍼 대 천체와 명왕성의 형제들

앞 글 명왕성 6편에서는 명왕성의 행성 자격에 대한 논란 중에서 명왕성 자체 특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여기서는 명왕성 외적인 논란 요인, 1990년대부터 명왕성과 닮은 형제-친척 격인 천체들이 발견되면서 결국 논란에 쐐기를 박게 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관측 기술의 진보


1930년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한 이래 수십년 간, 톰보를 비롯한 수 많은 천문학자들이 그렇게 찾았으나 해왕성 바깥에서 새로운 천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이르자, 해왕성 바깥쪽 태양계 외곽에서 카이퍼 대 천체들과 명왕성의 형제들을 한꺼번에 발견하게 된다. 이는 컴퓨터과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서 천체 관측 기술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술은 천체 망원경의 설계와 제작 방법을 개선시키는 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관측 기술 향상에 기여했지만, 그중에서 특히 '적응 광학'(Adaptive optics)이라는, 컴퓨터와 레이저를 이용해 지상 천체망원경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기술에 주목해 보자.

적응 광학에 사용할 레이저를 발사하는 천문대

    지상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들을 관측할 때 한계가 있는 중요한 이유는, 대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일렁이면 별빛도 일렁여서 선명도와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 맨 눈으로 볼 때도 밤하늘의 별이 가물가물거리는데, 거대한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오죽 하겠냐구 -_-; 적응 광학은 이런 대기의 일렁임에 의한 관측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이다.

    적응 광학의 뼈대가 되는 원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1]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려는 구역의 하늘에 레이저를 발사해 인공별을 만든 후 [2] 레이저 인공별이 일렁이는 패턴을 보고 대기의 일렁임 정도를 파악 [3] 일렁임을 상쇄시키도록 망원경과 촬영 장비를 조절하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이걸 사람 손으로 하기는 무지 힘들어 보이지? 때문에 컴퓨터의 빠른 계산/처리 능력을 이용한다.

    아래의 비교 동영상은 희미하고 어두운 별에 적응 광학을 적용한 사례이다. 왼쪽이 적응 광학을 적용하지 않고 거대 망원경으로 관측한 경우로, 희미하고 어두운 별이라면 공기 일렁임 때문에 어디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여기에 오른쪽처럼 적응 광학을 적용하면, 대기의 일렁임을 완벽하게 상쇄시킬 수는 없어도 어디에 별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고, 상당히 명료해진 별빛을 해석해서 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적응 광학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왼쪽)와 적용한 경우(오른쪽)

    한편, 명왕성 4편에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할 때 사용했던 움직이는 별을 찾는 지리한 방법을 소개했었는데, 요새는 톰보의 방법을 사람이 힘들게 작업하지 않고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을 활용해서 훨씬 빠르게 처리한다.

    1980년대에는 디지털 사진기가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천체 사진 촬영에는 많이 활용되기 시작했었다. 디지털 사진의 장점은 잘 알려져 있듯이... 현상-인화하는 시간을 없애주고, 보관이 쉬우면서 원본 손상 없이 보관이 가능하며, 컴퓨터를 활용해서 각종 디지털 이미지 분석/처리 기법을 적용하기 쉽다. 이런 장점들은 천체 사진 분야에서도 그대로 활용된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에 비해 감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감도가 나날이 향상되므로, 같은 천체망원경을 사용해도 훨씬 어두운 천체를 훨씬 많이 관측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더욱 세밀하게 촬영한 천체 사진을 다시 컴퓨터가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서 분석하는데, 컴퓨터가 일반적인 이미지를 인식해서 분석하는 능력은 아직도 별로지만, 별처럼 단순한 형태라면 상당히 잘 인식해서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할 때 했던류의, 사람의 눈을 어지럽히는 지리한 사진 비교 작업도 컴퓨터를 이용하면 쉽게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컴퓨터 등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천체 관측 기술이 진보한 덕분에, 1990년대부터 카이퍼 대의 천체를 찾기 시작해서 2000년대에는 명왕성의 형제들을 잇달아 찾아낼 수 있었다.



카이퍼 대의 천체


명왕성 6편에서도 나왔던 제러드 카이퍼(Gerard Kuiper, 1905~1973)는 1951년 해왕성 외곽에 혜성형 천체들이 몰려있는 구역이 있을 거라고 예측했었다. 카이퍼가 최초로 주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카이퍼의 주장이 유명해져서 이 구역을 카이퍼 대(Kuiper Belt)라고 부른다. 여기 있는 천체들이 어떤 이유로 중력 교란을 받아 태양계 안쪽으로 뛰어들면 우리가 보는 혜성이 된다. 그런데, 당시에는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 등이 열심히 뒤졌지만 카이퍼 대에서 천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카이퍼 자신조차 카이퍼대 천체들이 중력 교란으로 모두 흩어져서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2년, 향상된 천체 관측 기술을 이용해서 작은 소행성 크기의 카이퍼대 천체가 최초로 발견됐다. 이후 비슷한 천체들이 계속 발견되면서 카이퍼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입증되었다. 카이퍼대에서 발견된 여러 종류의 혜성형 천체 중에는 공전궤도 형태나 구성 성분이 명왕성과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이로서, 행성으로 볼려면 "어떻게 저런 종류의 행성이 저런 위치에?" 할 정도로 특이하게 보였던 명왕성이, 새로 발견된 카이퍼대의 혜성형 천체들과 비교하면서 "얘네들과 같은 종류라서!"라며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천문학계에서는 명왕성을 최초로 발견된 카이퍼대 천체로 분류하기도 한다. 명왕성과 카이퍼대 천체의 연관성이 밝혀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_-;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는 천문학자들이 생겨났다.

카이퍼 대를 형상화한 그림

    참고로 위 그림에 대해 주의 사항을 적으면... 그림과 달리 실제 카이퍼대 천체들은 태양계 외곽 공간의 규묘에 비하면 크기도 매우 작고, 아주아주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 그림처럼 빽빽하게 차 있다면 발견하기 쉬웠겠지만, 그림은 공간을 확 줄여서 압축하고 크기도 과장해서 표현하니까 저렇게 빽빽하게 보이는 거다. 부정확하게 묘사한 SF만화나 영화 탓인지, 소행성대나 카이퍼대라면 작은 천체들이 어지럽게 꽉 차있는 공간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해왕성 바깥 천체


카이퍼대 천체 발견 이후, 관측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카이퍼대보다 더욱 외곽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이들 모두를 해왕성 바깥 천체(Trans-Neptunian Object)라고 한다. 해왕성 바깥 천체는 구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1] 카이퍼대 [2] 산란 분포대(Scattered Disk) [3] 오르트 구름(Oort Cloud)... 산란 분포대는 카이퍼대보다 바깥쪽에 위치하면서 카이퍼대와 비슷한 천체들이 흩어져 있는 공간이고, 오르트 구름 구역은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태양계 최외곽에 혜성형 천체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이다.


    이쯤 되니 명왕성을 행성으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의혹을 품고 있던 학자들이 "명왕성은 공전 궤도를 보건, 얼음 성분과 크기를 보건, 근처 카이퍼대의 친척들을 보건, 뭘로 봐도 덩치 큰 혜성!"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겠지?!? 이에 대한 반론으로 "명왕성처럼 덩치 큰 혜성 봤냐구? 없으면 말덜 말어!!!" 이러면서 논란을 겨우 잠 재우고 있었구만... 결국 발견된다. 명왕성처럼 덩치 큰 혜성이...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니라 떼거지로 -_-;;;



명왕성의 형제, 플루토이드

명왕성 형제들의 크기를 지구와 비교한 그림

플루토이드(Plutoid)는 널리 쓰이는 용어는 아니지만 명왕성 류 천체라는 뜻으로, 해왕성 바깥을 공전하면서 구형(球形, 공 모양, sphere shape)을 이룰 정도로 덩치가 큰 천체를 의미한다. 쉽게 비유해 명왕성의 형제라는 의미이다.

    명왕성의 형제 격인 플루토이드 중 최초로 발견된 것은 2002 MS4이다. 2002년 6월에 발견되었다. 2002 MS4는 직경이 약 930km로, 왜행성으로 인정받은 소행성 대세레스(직경 약 940km)와 거의 같은 크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2 MS4 발견 이후 수십 개의 플루토이드가 발견되었으며, 플루토이드의 수가 수백개 이상일 거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현재까지 발견된 플루토이드 중에서 왜행성으로 인정 받은 세레스와 크기가 비슷하거나 더 큰 것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앞글 행성이 뭘까 2편에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도입한 공식적인 행성 정의에 왜행성이란 새로운 천체 분류가 도입되었고, 명왕성과 세레스 왜행성으로 재분류되었다고 설명을 많이 했는데, 명왕성의 형제들 중 상당수가 왜행성의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아직 왜행성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많음에 유의하자.


• 명왕성 : 1930년 발견되어 왜행성으로 인정됨. 직경 약 2370km.

카론(Charon) : 1978년 발견된 명왕성의 위성. 직경 약 1200km.

에리스(Eris) : 2005년 1월 발견되어 왜행성으로 인정됨. 직경 약 2320km. 명왕성과 거의 같은 크기여서, 발견 당시 명왕성이 9번째 행성이라면 에리스는 10번째 행성이 되어야 한다는 논란을 낳음.

마케마케(Makemake) : 2005년 3월 발견되어 왜행성으로 인정됨. 직경 약 1430km.

하우메아(Haumea) : 2004~2005년 사이에 발견되어 왜행성으로 인정됨. 위 그림에 있듯이 길쭉한 타원체형태인 것으로 추정되며, 긴 지름은 약 1960km, 짧은 지름은 1510km, 두께는 약 990km.

2007 OR10 : 2007년 7월 발견되었으며, 직경 약 1280km.

• 콰오아(Quaoar) : 2002년 6월 발견, 직경 약 1070km.

세드나(Sedna) : 2003년 11월 발견, 직경 약 990km.

• 2002 MS4 : 위에 적었듯이 2002년 6월 발견, 직경 약 930km.

오르쿠스(Orcus) : 2004년 2월 발견, 직경 약 910km.


    위에 나열한 플루토이드들 중 2007 OR10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2006년 IAU에서 새로운 행성 정의를 도입하기 전 발견되었다. 이들이 발견될 때마다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많아지고 논란도 커졌다.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언론 기사들과 함께... "이런 천체들을 명왕성처럼 행성으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에리스처럼 명왕성과 크기가 동급인 것은 행성 맞지 않느냐" ... "저것들을 모두 행성으로 인정하면 행성의 수가 얼마나 많아지겠나, 그간 행성 자격을 의심 받아온 명왕성부터 행성에서 제외해서 혼란을 막아야 하지 않겠냐" ... 등등등...



결말


결말을 이야기하기 위해, 명왕성을 행성으로 분류할 때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총정리하면... [1] 공전궤도가 행성과 혜성의 중간형에다, 거대행성 해왕성의 공전궤도 안쪽을 침범하기도 하고, 심지어 해왕성의 중력에 끌려다니는 공전궤도라는 문제, [2] 명왕성의 구성 성분이 혜성과 비슷하다는 문제, [3] 위성 카론 발견을 통해서 명왕성의 크기가 너무 작고, 상대적으로 커다란 카론 위성 때문에 명왕성의 분류가 더욱 모호해진 문제... 이렇게 [1~3]까지의 명왕성 자체 특성의 문제와 함께... [4] 카이퍼대를 포함한 해왕성 바깥 영역에서 명왕성의 형제-친척 격인 천체들이 많이 발견되면서, 명왕성을 행성보다는 카이퍼대 천체의 하나로 분류하는 것이 좋아 보이는, 명왕성 외적 요인의 문제까지 있었다.

    명왕성을 계속 행성으로 분류하면서 명왕성의 형제들까지 행성으로 인정해 주느냐, 아니면 명왕성과 형제들을 행성 아닌 다른 종류의 천체로 분류하느냐... 선택의 기로에서 논란이 거듭되다가, 결국 IAU가 2006년 새로운 행성 정의를 도입하면서 명왕성과 형제들을 왜행성으로 재분류했던 것이다.


    명왕성을 행성으로 분류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던 단계에서 계속 행성으로 분류하자고 주장한 천문학자 중에는, 갑자기 행성 분류를 바꿀 때 교육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우려한 경우도 있었고(일리가 있는 우려인데 다행히 혼란이 생각보다 적었다),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의 모국인 미국 천문학자들이 명왕성을 계속 행성으로 분류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이 때문에 명왕성을 행성에서 뺀 것은 유럽파 천문학자들이 미국계 천문학자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공모했다는 일종의 음모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음모론이고 뭐고를 떠나서, 명왕성을 계속 행성으로 분류하려면 억지를 너무 많이 부려야 한다. 때문에 행성 아닌 것으로 재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다만, 모국의 발견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인지상정 때문에 미국계 천문학자들에게서 편향이 나타났던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물론, 미국계 천문학자라고 모두 명왕성을 행성으로 지켜야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명왕성의 행성 자격에 대한 의혹이 역사가 깊은 만큼, 미국계 천문학자들 사이에도 명왕성 행성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댸표적인 예를 들면... 위에 나열한 명왕성 형제들 중 대부분을 직접 발견하거나 발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 1965~)은 자신이 발견한 천체들이 행성으로 인정 받는 영광을 스스로 거부하고, 오히려 명왕성을 행성 아닌 것으로 분류하도록 주도하였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인들은 마이클 브라운을 배신자 쯤으로 여기기도 -_-; 물론 그들 대부분은 마이클 브라운이 명왕성 재분류 문제에서 이룬 업적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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