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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Jul 21. 2015

명왕성 최신 사진

뜻 밖의 모습인 얼음 세계와 태양계 천체의 지질 활동

명왕성 근접 사진 편에서 적었듯이, 뉴호라이즌스호와 지구와의 거리가 멀고 통신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내년 2016년 말이나 되어야 모든 명왕성 탐사 자료가 전송될 예정이란다. 그런데, 뉴호라이즌스호가 틈틈이 보내온 몇 장의 사진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사진1 - 명왕성의 노르가이 산
사진2 - 명왕성의 스프트니크 평원

    사진1과 사진2는 명왕성에서 각각 노르가이 산맥(Norgay Montes)과 스프트니크 평원(Sputnik Planum)으로 명명된 지역에 대한 고해상도 사진이다. 아래의 사진3에는 노르가이 산맥과 스프트니크 평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표시되어 있다. 이들 지형은 명왕성에 하트 모양 무늬가 있다며 유명해진 톰보 리조(Tombaugh Regio)의 아래쪽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노르가이 산맥이란 이름은 네팔의 전설적인 셀파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 1914~1986)에서 따왔다. 노르가이는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 1919~2008)와 함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등정하는 등으로 이름을 떨쳤다. 스푸트니크 평원은 1957년 구 소련이 발사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Sputnik 1)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리고, 라틴어 regio는 영어의 region에 해당하므로 톰보 리조는 톰보의 지역이라는 의미인데, 명왕성을 발견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1906~1997)에서 따왔다.

    노르가이 산맥은 최고 높이가 약 3400m 정도에 물의 얼음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는 물이 액체이지만, 극저온 천체에서는 고체 얼음이 되어 단단한 암석 역할을 한다. 스프트니크 평원은 커다란 충돌 크레이터(crater)에 질소 눈(雪)이 채워져서 생긴 것 아닐까 추정하고 있으나 확실치 않으며, 줄무늬는 가스 얼음이 일부 기화되면서 남은 자국인 듯하단다. 이쪽 지형은 최대 1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모두 불확실성이 높은 추정이고 다른 의견도 많으며, 정확하고 자세한 형성 시기와 생성 기원은 아직 모르고 있다. 

사진3 - 노게이산과 스프트니크 평원의 위치

    아래의 사진4는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명왕성의 위성 카론과 일부 지역을 확대한 사진이다. 크레이터 즉 운석 충돌 분화구가 약간 보이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표면이 깨끗한 상태이다.

사진4 - 명왕성 위성 카론의 사진

    이런 사진들이 놀라움을 주는 이유는,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표면에 크레이터가 적으면서, 어떤 지질 활동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지형 지물들이 보이기 때문이다다. "크레이터가 적어서 뭐? 명왕성에 지질 활동이 있으면 안 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태양계 행성의 지질 활동


천체 바깥에서 천체의 지질 활동 여부를 파악할 때, 운석 충돌에 의해 생성된크레이터가 얼마나 잘 보존되는지가 중요한 척도이다. 천체의 지질 활동이 활발하면 지표면의 변화가 크므로 크레이터 역시 보존되기 어렵다. 반면에, 천체의 지질 활동이 적다면 크레이터는 잘 보존된다.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거대한 가스 행성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에서는 지질 활동을 관측할 수 없다. 이들 가스행성 내부에 고체로 된 핵이 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워낙 두꺼운 가스층이 둘러싸고 있어서 고체 표면을 관측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 가스행성에 운석이 떨어진다면 가스층 상단부에 잠깐 구멍이 생겼다 사라지는 정도에 그친다.

    지구(직경 약 12700km)는 우리 태양계에서 고체 표면이 있는 천체 중 가장 크고, 지질 활동의 종합판이랄 정도로 다양한 원인으로 지질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므로 지표면의 변화가 크다. 판 구조가 있어 지표면이 매우 느리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화산 활동도 꾸준히 계속되며 지표를 바꾼다. 대기와 바다와 생물 활동이 있고, 이들 활동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면서 지구 표면은 빠르게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때문에 지구 표면에 운석이 떨어진다고 해도 길어야 몇 만년에서 몇십 만년 정도면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금성(직경 약 12100km)은 지구 다음으로 큰 행성이다. 대기층이 두꺼운 편이면서도 우주선이 착륙할 수 있을 정도의 고체 표면이 있다. 지표면에서 판 구조가 관측되지는 않지만, 화산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기와 화산 활동 때문에 금성 표면은 천천히 변화하며, 작은 운석 크레이터는 천천히 사라지고, 커다란 운석 크레이터는 몇 억년 전 것까지 관측된다. 금성 다음으로 큰 행성인 화성(직경 약 6800km)에는 판 구조가 없고, 화산 활동은 최소 몇 백만 년에서 1억 년 전에 멈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기가 있어서 춥고 건조한 화성의 지표면을 변화시키고, 크레이터도 느리게 사라진다.

    우리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작은 수성(직경 약 4800km)의 경우, 생성 초기에는 화산 활동 같은 것이 있었다가 수십억 년 전에 멈춘 것으로 보인다. 대기조차 없어서 수성의 표면은 변화가 거의 없고, 운석이 떨어져도 크레이터가 매우 잘 보존된다. 아래의 비교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수성 표면은 지구의 위성인 (직경 약 3400km)의 표면과 비슷하다. 달과 수성의 내부에는 지구 내부처럼 암석과 금속이 녹아 있는 고온의 액체 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표면을 변화시키기에는 에너지가 작다. 따라서 표면은 지질 활동이 거의 없고, 운석 충돌 외에는 죽은 듯이 고요한 세계가 되어버렸다.

달(왼쪽)과 수성(오른쪽)의 표면 사진


태양계 위성의 지질 활동


화성 바깥에 있는 거대 가스행성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에는 덩치 만큼이나 위성도 많고 크기가 큰 위성도 있다.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직경 약5200km)와 칼리스토(직경 약 4800km), 토성의 위성 타이탄(직경 약 5100km)은 수성보다 크거나 비슷한 크기이다. (참고로, 수성은 내부에 금속과 암석이 많아 이들 위성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 태양계 외곽의 천체들은 온도가 낮아, 고체에 얼음 성분이 많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무게가 작고, 따라서 중력도 작다) 한편, 목성의 위성 이오(직경 약 3600km)와 유로파(직경 약 3100km)는 지구의 달과 비슷한 크기이고,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직경 약 2700km)은 명왕성(직경 약 2400km)보다 약간 크다.

    지상에서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위성 중에서 타이탄 만 특이하게 대기가 관측되었다. 다른 위성들은 대기가 없었기 때문에, 대기가 없는 큰 위성은 수성이나 달처럼  지질 활동 없이 죽은 표면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런 추정은 1970년대부터 무인 우주탐사선이 거대 행성과 그 위성을 직접 탐사한 결과 뒤집혔다. 명왕성 5편에서 태양계 외곽의 거대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 여러 가지 탐사 임무와 함께 행성의 질량을 측정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이들 탐사선이 거대 행성뿐 아니라 그들의 위성도 탐사하면서 뜻 밖의 결과들을 많이 발견했던 것이다.

   무인 우주탐사선이 목성의 큰 위성들을 탐사할 때,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는 대체로 추정과 비슷하게 죽은 표면이었다. 그러나, 가니메데 위성의 표면은 크레이터가 많긴 해도 새로 형성된 지형들이 보여서 의구심을 낳았다. 그러다가, 이오 위성의 표면에서는 놀랍게도 활발한 화산 활동이 관측할 수 있었다. 화산 활동의 주성분이 유황이라는 점이 지구의 화산과 다르지만, 크지 않은 천체인 이오에서 지구 밖 최초로 활화산이 관측될 정도로 화산 활동이 활발했다. 아래 이오의 표면 사진에서도 운석 충돌 흔적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활발한 유황 화산 활동을 볼 수 있다.

목성의 위성 이오의 표면 사진

    탐사선이 유로파의 표면에 대한 사진 자료 등을 보내오자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유로파의 표면에서 운석 크레이터 따위는 거의 보이지 않고, 물 얼음이 주성분인 표면에 어지러운 지질 활동의 흔적이 가득했던 것이다. {지구에서는 기온이 높아 물이 액체지만, 우리 태양계에서 대략 화성을 넘어가면 태양빛이 약해지고 온도가 떨어져,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목성 궤도에 있는 유로파도 마찬가지} 유로파의 표면에서는 일종의 얼음 화산이라고 할 수 있는 수증기 분출 장면까지 직접 관측할 수 있었고, 유로파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여러 위성에서 비슷한 얼음 화산(Cryovolcano) 현상이 발견되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의 표면 사진

    어떻게 행성 중 가장 수성보다 작고 가벼운 위성들에서 오히려 지질 활동이 활발할까? 천문학자들은 곧 의문을 풀어냈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타원형 궤도로 공전한다는 케플러의 법칙은 위성에도 적용되어, 위성들도 행성 주위를 타원형으로 공전하면서 행성과 가까와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결과로, 위성이 행성에 가까와지면 행성의 중력을 크게 받아 압축되고, 멀어지면 행성의 중력이 약해져 압축이 풀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보통은 압축-해제 에너지가 크지 않지만, 중력이 큰 거대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이 빠른 속도로 공전한다면 압축-해제 에너지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거기에 압축-해제 에너지가 수십억 년 반복 축적되면, 위성 내부를 녹이고 표면의 지질 활동까지 유발한다.

    이런 압축-해제 에너지 때문에 가니메데 위성과 특히 유로파 위성의 내부에는 얼음이 녹아 형성된 거대한 지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 바다가 있다면 거기서 번성하는 생명체도 가능하다. 끊임없이 생명체를 찾아 탐사선을 보냈지만 헛걸음에 그친 화성(명왕성 3편)보다, 유로파 위성의 지하 바다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과연 명왕성과 위성 카론에 지질 활동이?!?


2006년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할 때, 물론 뭔가 기대하면서 비용을 들여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기대감보다는 태양계 최외곽까지 탐사선을 보낸다는 의미가 더 컸다. 명왕성이 태양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고, 크기도 큰 위성들보다 작고,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매우 적으며, 주변의 거대 행성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천체망원경 관측을 통해 명왕성에 옅은 대기가 있는 것이 관측되었다. 명왕성의 표면 온도는 평균 영하 230도 정도여서 지구 상의 우리가 아는 거의 대부분의 기체들까지 얼음 상태가 되는데, 타원 궤도로 공전하다가 태양과 가까와지면 온도가 약간 올라가고, 이 시기에 기체 얼음 중 일부가 기화해서 옅은 대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에 따라, 명왕성과 그 위성 카론은 고요한 얼음 표면에 운석 크레이터가 가득하지만, 옅은 대기에 얼음 크레이터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상태라고 추정되었다. 아래 그림이 그런 추정에 따라 명왕성 표면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다. 명왕성 표면에서 낮에는 태양이 백열등의 2~3배 정도 밝기로 비추어 옅은 대기가 생성되어 있고, 크레이터도 몇 개 보이는 것으로 상상했다. (다시 말하지만 뉴호라이즌스호 방문 전 상상)

뉴호라이즌스호 방문 전(!) 상상했던 명왕성 표면.오른쪽 위 밝은 별이 태양이고, 왼쪽 아래 초승달 모양이 위성 카론.

    그런데,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명왕성과 카론의 사진을 보니, 바로 눈에 뜨이는 것이 크레이터가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왕성이 위치한 카이퍼 대가 작은 천체들이 많고 운석 충돌이 적은 구역도 아니라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많은 크레이터들이 지워졌다고 봐야 한다. 거기에 그냥 크레이터가 지워진 게 아니라 산도 있고 평원도 있고...

    지구에서 산은 그냥 생기지 않고, 뭔가 지질 작용으로 밀어 올려진 다음에 침식 작용으로 일부가 흘러내리고 남은 것이 산이 된다. 명왕성의 산에도 비슷한 과정이 있었을 거라고 봐야 하는데, 뭐가 명왕성의 지형을 들어 올렸는지, 뭐가 녹아내렸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명왕성의 평원도 뭔가가 기체 얼음을 녹여서 낮은 곳을 채워야 생성되는 것이다. 여러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확실한 것은 모른다.


    달이나 수성처럼 고요하고 차가운 크레이터의 세계를 상상했다가, 명왕성과 위성 카론에서 예상 못했던 다양한 지형을 보게 되다니... 정말이지 우주는 드넓고 지구의 좁은 상식으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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