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의 경우, 언뜻 보면 너무나도 상반되어 보이는 두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인생에 '안녕?' 하며 훅 들어왔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8개월이 지났을 무렵, 나는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 중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everything과 nothing이 공존하는 세계'를 마주했다.
<엄마>가 되어 '누군가의 세상에서 전부(everything)인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과 <외국인>으로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무(nothing)의 존재'로 살아가는 것 모두 나에겐 난생처음 겪어보는 신세계였다. 더구나 이 둘에 대한 간극은 너무나도 컸던 터라 삼십 대 초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했다가 외로웠다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매일 하는 일도, 만나는 사람도 매우 단순해지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언제나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세상의 혼란함에서 한걸음 물어나 제삼자의 시선으로 세상과 나를 찬찬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늘 주변과 세상일을 향해 바쁘게 돌아가던 레이더를 멈추니 평소에는 하지 않을 법한 생각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유영하며 흘러가는 수많은 생각들이 휘발되는 것이 아까워 글로 붙잡아 두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나의 두 번째 에세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마흔'으로 묶이게 되었다.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던 거친 생각들을 잘 다듬어 글로 엮고 나니 다소 혼란했던 나의 세계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스스로 '토닥토닥 잘했어. 괜찮아. 나 꽤 잘 해왔네'라고 다독여주는 기분이랄까?
서른아홉의 봄, '불혹'의 나이 마흔이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그리도 마음이 불안했졌던 건 이제껏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몹시도 흔들리고 살아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나이에 더 이상은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며 표류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2000년대 후반,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지후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를 꿈꾸는 나에 대한 글을 하나로 엮으면서 나는 이제 인생의 방향을 잡아줄 '하얀 천'을 '나라는 배'에 달아 올린 느낌이다. 덕분에 그간 나를 흔들기만 했던, 그래서 휩쓸려내려 갈까 초초하게 만들었던 세상의 풍파가 더 이상 부담스럽지만은 않아졌다.
촘촘하면서도 유연하게 펄럭이는 천을 매단 뒤, 인생의 키를 단단히 부여잡고 새롭게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의 배 '마흔'호는 불어오는 세상의 바람을 펄럭이는 하얀 깃발로 유유히 받아내면서 쭉쭉 나아갈 테니까 말이다. 거칠게 흔들린다면 오히려 좋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더 힘을 내며 나아갈 테니까.
이제 구태여 '불혹'이라는 말에 얽매여 애써 괜찮은 척, 쿨한 척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마흔'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