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에세이_빵빵한 보름 씨와의 만남(6)
임신 극초기에는 몸에 열이 많이 올랐다. 나는 몸이 찬 사람인데도 손과 발이 모두 불타는듯 뜨겁게 달아올랐던 기억.. 머리가 아프다거나 몸살이 난 것처럼 으슬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보일러를 세게 튼 것처럼 손과 발이 모두 뜨거웠다.
그리고 가슴 통증이 심했다. 생리 전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더 쎄진 느낌.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했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넉넉한 속옷으로 미리 바꿔 입었다.
얼마 안 가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입덧 시작인가..? 싶던 것도 잠시... 극심한 입덧이 휘몰아쳤다 ㅋㅋㅋ 도대체 언제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많은 분들이 비유한 것처럼 과음한 다음 날 상태와 똑같았다. 숙취는 길어봐야 하루면 나아지는데 이건 뭐 매일매일 술을 마신 것처럼 속이 너무너무 좋지 않았다 우웨에에에에엑 ㅠㅠㅠㅠㅠ
처음엔 "음 속이 안 좋군.... 입덧인가...?" 정도였는데 며칠 안 가 헛구역질을 하려면 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또 며칠 안 가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그 이후엔 진짜로 토가 나왔다 ㅠㅠ ㅋㅋㅋ 토는 하려면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못 참고 화장실로 (쏟으며) 달려가는 상태까지.... 한 6주차부터 서서히 입덧이 올라와서 20주까지 극심하게 시달린 것 같다.
입덧은 정말정말정말정말 힘들었다. 출근길이 정말 고역이었다.
우리 회사는 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데 위치해 있는데 그 10분 정도 걷는 내내 헛구역질을 네,다섯 번은 멈춰서서 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멈춰서서 헛구역질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다. '분명 내가 과음한 줄 알 거야 ㅠㅠㅠ 난 임신했을 뿐인데!!!' 남의 시선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혼자 억울해하고 또 속이 상했다.
회사에서도 입덧이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뭐라도 입에 쑤셔 넣었다. (빈속은 더 괴로우니까..) 넣고 나면 이제 소화가 되기까지 입덧이 올라왔다. 회사 화장실 칸이 많지 않아서 옆칸 소리가 다 들렸다. 나는 또 남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ㅠㅠㅠ 누가 들어가 있으면 메스꺼움을 참고 잠시 대기를 했다. (아니면 밖으로 나가서 작게 우웩 우웩..) 사람이 나오는 걸 확인하면 비어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휴지로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했다. 방금까지 누가 엉덩이를 댄 자리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ㅜㅜㅜ 입사한 지 6-7년차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퇴사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뭘 위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현타가 오던 시절 ㅠㅠ
우는 소리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배려를 필요로 하는 상황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준비를 하고 또 했다고 생각해도 홀로 당당하게 서는 임산부가 되기는 쉽지가 않았다. 몸이 안 좋으면 집에 쉬면 되지 왜 굳이 나와서 고생을 할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상황이 정말정말 그렇게 쉽지 않았다 ㅠ 다행히 12주까지는 조기 퇴근이 가능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들어와 무조건 누워 있었다. 차라리 잠에 들어 도망가고 싶을 만큼 현실은 너무도 괴로웠다.. ㅠ 임신이 이렇게 힘든 거였다니.. ㅠㅠㅠ
엄마한테 물어보니 엄마는 토는 커녕 헛구역질 조차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속이 좀 안 좋기야 했지만 애기가 자리 잡으려나 보다하고 그러려니 하셨다며... 나보고도 좀 참으라고 ㅋㅋㅋㅋ 했고 주변에서도 '아 예쁜 아기가 잘 크느라 그런가보다~'하고 좋은 말을 해주셨지만... 처음엔 그런 말도 하나도 안 들렸다. 아 싫어 싫어 속 안 좋아 죽겠다고요!!! ㅋㅋㅋ (니가 임신해놓고 어쩌라고 ㅜㅜㅋㅋ)
결국 입덧약을 타서 하루에 3알씩 먹고 버티며 힘든 임신 초기 생활을 이어갔다. 그래도 당연히 속이 깨끗해지진 않고 그냥 잠자고 진정시키는 정도였던 것 같다. 상태가 정말 안 좋을 땐 약을 그대로 토하는 날도 있었다. ㅠ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임신 초기 생활.... 둘은 낳아야지 자신했는데 그 생각이 쏙 들어갈 정도로 너무너무 괴로운 날들이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