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만화>를 마무리하며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 증대로 재택근무가 시작됐던 시기 브런치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만화> 첫 글을 올린 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은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새 제가(‘우리가’로 괜히 다른 분들까지 끌어들여 죄송합니다!) 지난날 읽었던 만화책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서른 개 정도를 다뤘는데, 그 세계가 생각보다 너무 깊었습니다. 제 추억 언저리에서 취해있다가, 다른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 문턱에도 이르지 못하고 멈춘 느낌입니다.
그동안 참 많은 만화를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중학생 때 살짝 만화에 입문만 했지,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는 거의 만화랑 담을 쌓고 지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습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다고 기억하고 싶은 욕망이 낳은 오류였습니다. <드래곤볼> 이전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절 틈틈이, 열심히 읽었던 작품들이 하나둘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글을 쓰며 뇌의 저 끝에 묻혀있던 소중한 추억들을 되찾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서술한 서른 편의 만화들이 대부분 일본 작품이었다는 것이 살짝 씁쓸합니다. 한창 청춘인 고교·대학 시절부터 일본 만화들이 제 삶에 영향을 끼쳐왔고, 소장까지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책을 좀 더 갖고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머털도사>, <남벌>, <아웃복서>, <습지생태보고서>, <식객> 등 꼭 썼을 추억의 작품도 꽤 있었거든요. 어디 돌아다니다 혹시라도 만나면 꼭 구매해 두어야겠습니다.
처음부터 챕터와 순서, 내용을 구상하지 않았다 보니 여러 작품 속에 비슷비슷한 생각과 느낌이 담겨져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독자 입장에선 '이책이나 더책이나 똑같은 얘기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전에 좀더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보다 정갈하게 적었어야 했는데... 반성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만화>란 제목처럼 ‘과거’에 본, 지금과는 연관이 없는 만화들인 줄 생각했지만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때의 추억이 현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개중 몇은 지금도 여전히 읽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어지는 연재 속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작품도 있고요. 추억이 만화를 타고 현실로 이어지고, 또 미래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신규 서적들이 쏟아지듯, 예전보다 더 많은 작가가 계속 만화를 그리고 웹툰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 읽어야 할 것들이 자꾸 쌓여갑니다. 이제, 그 시절 좋아했던 만화들과 지내느라 놓쳤던 새 만화들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아마도 머릿속이든 문서든 어디엔가 새로운 기억과 기록이 남겠지요? 만화와 함께 읽고 쓰는 행복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