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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Feb 26. 2021

한국 탈출행 티켓을 얻다.

불안증도 함께...

어떠한 한국 회사로 이직을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은 자연스레 해외취업으로 이어졌다. 그때 당시 호주와 싱가포르에 파트너사가 있었는데 비슷한 또래의 직원과 친구 같은 사이여서 퇴사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트너사 이사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잠깐 프라이빗한 곳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냐고 했다. 


네가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 괜찮다면 호주에서 우리와 함께 일해보지 않을래? 네가 일할 수 있게 스폰서 비자를 지원해 줄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오퍼여서 얼떨떨 하지만, 동시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일 한걸 알아주는구나. 그렇게 한국 탈출행 티켓을 얻었다. 그리고 동시에 불안증도 얻었다. 


호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략 몇 개월의 시간이 있었고, 이직할 곳도 정해졌겠다 마음 편히 놀고 지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때의 나는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여있었다. 3년간의 세뇌가 인이 박여서 그랬을까? 


아니.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에서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했었다. 목표 세우는 방법을 잘 몰랐기에 내가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가는 것이 아닌, 현실과는 동 떨어진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려고 하고의 반복이 십 대와 이십 대 내내 반복되었다. 좌절과 시도의 반복에서 자존감은 많이 낮아져 있었는데 3년 동안 왜 이것밖에 못해라는 피드백을 들으면서 나의 자존감은 저어어기 지하 까리 내려가 있는 상태였던 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나를 가리기 위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살았다. 심지어 부모님 조차 너의 그 근자감은 어디서 오는 거냐고 물으셨지만, 사실 내 속에는 불안감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난 이 어린아이를 외면했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는 시간에 나는 나 스스로를 나무랐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일하지 않으니 쓸모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야'


대표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 나는 대표가 말하는 실패자가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마음 한편에서는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영혼에 생채기가 났는데 스스로를 후벼 파는 꼴이었다. 


원인 모를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도대체 이 감정을 어떻게 해소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힘들어서 심리학 책을 읽으면 그때는 잠깐 나아졌지만,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이 감정이 불편했기에 내가 아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술'이었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술을 마셨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했다. 술을 마시면 때로 평상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의 해방감이 있었지만 다음날 술이 깨면 또 자책하는 시간이었다. 호주 가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내가 내 안의 어린아이를 직면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상담을 받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평상시 생활에서는 티 안 나게 잘 살고 있지만 사실 내면에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면 꼭 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나의 내면 아이를 알아차리고 지금 평안한 상태까지 오 년이라는 시간을 돌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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