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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Nov 22. 2019

호주는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인 줄 알았지

날씨와 감정의 상관관계

 흔히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은 탄다고 하지만, 난 봄도 타고 가을도 타는 여자였다. 계절에 따라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나에게 퍼스에서의 워킹홀리데이는 날씨로 보면 정말 딱이었다. 노래가사 만큼 여름에는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는 끝내주는 날씨였다. 파도도 적당히 높고 모래도 고와 해변 쏘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멜버른으로 오기로 확정이 되고 퍼스와 같은 날씨를 기대하고 봄, 여름옷으로 가득한 캐리어를 끌고 10월에 도착했는데. 이건 웬걸. 너무 추워 어쩔 수 없이 산 점퍼는 12월 초가 될 때까지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다. (호주는 남반구여서 한국과 날씨가 반대이다.) 동료에게 물어보니 도대체 왜 멜버른으로 왔냐고 잘못된 도시로 왔다고 하며 멜버른은 하루에 4계절이 있다고 한다. 


그 4계절을 이제 3년째 경험해보니 실제 살아보면 대략 이러하다. 


40도였다가 19도로 떨어짐 - 여름에 자주 발생하지만 겪을 때마다 놀란다.

어제 직접 캡처한 일기예보

햇빛이 쨍쨍했다 갑자기 폭우로 도로가 마비됨 - 놀랍게도 실제다. 

출처: Facebook Melbourne weather meme


꽃가루를 동반한 돌풍으로 집단 천식증세로 응급실행 - 천식이 있거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위험하다.

Twitter: Ambulance Victoria


한국에 미세먼지가 있다면 여기엔 꽃가루가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더라고 멜버른 거주 3-4년 뒤에 갑자기 생기는 걸 보면 그냥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알레르기 약을 먹어도 심한 사람은 눈 충혈, 콧물, 기침, 천식 등이 나타나고 꽃가루를 동반한 돌풍으로는 죽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날씨가 미친 사람 널뛰기하는 것처럼 바뀌니 한국에서 처럼 봄과 가을을 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가을만 되면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혼자 양재천, 한강 또는 청계천을 걸으며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치열했던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과 함께 단풍, 낙엽이 지면 금방 지가는것에 무언가 허무함, 상실을 느꼈고 나의 인생은 어찌해야하는 답 안나오는 물음에 혼자 길을 걸었다면 멜버른에서는 하루에도 너무 바뀌는 날씨에 보물같이 아름다운 날이 있다면 그냥 감사해한다. 


이 아름다운 날씨가 영원하지 않으니 마음껏 즐기고 감사해 하고 여름 주말에 비가 오다 갑자기 날씨가 좋아지면 올 타구나 하고 공원이나 바닷가로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 


멜버른에 놀러 왔는데 날씨가 좋다면 오래가지 않는 그 ‘순간’을 즐기시길! Seize the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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