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을 벗어나 볼까

190625 모기에게 뜯기며 브런치 쓰다

by OIM
메가박스 코엑스점, 신기방기해서.


#악의(惡意)에 무력하게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근황 토크. 일상에서 느낀 바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좀 힘들다. 기분이 나쁘다.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반복된다. 대체 왜.

동네에서만 두 번째다. 대충 이런 일.

버스 안에서 여자가 나를 밀었다. 오늘은 팔꿈치로 지그시 누른다. 2인 좌석 안쪽에 탄 나는 가뜩이나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더운 날 닿는 것도, 닿아서 분쟁이 생기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런 내게 상대방의 팔이 닿아온다. 웅크린 몸을 잠시 펴자 팔로 내 팔을 민다. 내가 움츠리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팔을 뿌리친다. 어쩌라는 건지.

일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또 어떤 여자가 나를 밀었다. 팔이 아니라 '몸통 박치기' 수준이다. 버스에서 자신이 내리려 하는데 비키지 않았다는 일종의 항의 같았다. '항의'는 꽤나 과격했다. 심지어 내가 몸을 말아 비켜줬음에도 그는 나를 밀치고 내렸다. 내 뒤엔 할아버지가 계셨고, 내가 비킬 수 있는 나름의 성의를 표시했지만 여자는 나를 밀쳤다. 발을 뒤로 딛지 않았다면 넘어졌을 거다.

이런 일을 당하면 꽤나 불쾌하다. 이유 모를 적대감을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표출하는데 내가 타깃이 되어줘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면 대응법을 모르겠다. 작은 여자를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희한하게도 이들은 시비를 걸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늘 이어폰을 귀에 꼽고 앞이나 폰만 본다. 왜 이러냐고 물어보려 해도 금세 내린다. 초면인 사람에게 자기감정을 배설하고 도망친다.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대화 의지도 없어 보이면, 이유는 알려줘야지?





#어려운 일


빌라에 살다가 리빙텔이란 곳으로 이사온지 두 달째다. 꽤나 세대수가 늘어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주차장에 대놓은 차가 긁혔다. 또 찍혔다. '문콕'이라고 하지. 앞문과 뒷문에 자국이 많이 남았다. 처음엔 그러다 말겠거니 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찍힌 곳은 20곳을 넘는다. 차에 찍혔는지, 짐을 나르다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유달리 차량 측면에 자국이 많다. 수습 불가다.

건물주인에게 말했다. 별다른 수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 방 비밀번호를 알려달란다. 지난번에 내 방에 들어와 내부를 잠시 확인하려 했는데 내가 비밀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못 들어왔단다. 자신은 리빙텔 모든 방 번호를 알고 있으니 내 방 번호도 알려달란다. 그것 때문에 바꾼 건데 그마저 알려달라니.

세입자가 없을 때 방에 들어오는 건 불법이다. 공간에 대한 권리를 임대하는 계약을 임차인과 맺지 않나. 무엇을 위해 세입자들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낼까. 월세는 왜 낸다고 생각할까. 이렇게 적어봤자 방에 들어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물주를 이길 길은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또 설득도 안 된다.

만신창이가 된 차량 측면과 비밀번호 사태로 인해 양립하던 스트레스가 빅뱅을 일으켰다. '안 해.' 날이 밝자마자 부동산에 전화했다. 최대한 빨리 방을 빼 달라고 부탁했다. 월세 얼마 아끼려다 이 무슨 돼먹지 못한 스트레슨지. 그냥,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그런 평온한 일상을 좀 누리고 싶다. 그게 이리도 어려운지.





#이럴 줄 알았다


추가 근무니 뭐니 해서 뜻하지 않은 수익이 생겼다. 이번 달만 그런 건 아니고 이 직장이 그렇다. 기자로 일할 때 만져보지 못한 (시간 외) 수당 같은 것들이 생기자 '공돈'이 생긴 것만 같았다.

이걸로 무엇인가 사려했다. 피자나 햄버거 따위는 수시로 사 먹고 있다만, 조금 더 모아 카메라라든가 시계를 사려했단 말이다. 더군다나 하반기 휴가비를 더하면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온다고. 그렇게 벼르던 기회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뜻하지 않은 이사계획이 발목을 잡는다. 내 욕망들을 이렇게 쏟아버려도 되나.

그래 봤자 방법이 없는 게, 이사는 돈이 많이 든다. 이번처럼 급작스럽게 방을 빼면 복비가 두 배로 든다. 빼는 몫, 구하는 몫. 발품을 팔면 이 모두 아낄 수 있는 돈이지만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위에 적었던 사례로 나는 좀 지쳤다. 정신적으로 그렇다.

방만 나가면 된다. 갈 곳은 몇 군데 정해놨다. 월세가 거의 2배로 뛰지만 나는 기어이 참아내겠다. 군것질 좀 덜 하면 되지. 그렇게 내 심신의 안정과 빵들을 바꾸겠단 말이다. 그게 지금은 실로 중요한 것이다.

내 안정과 등가교환할 요소, 그러니까 내 욕망들이 무엇이냐 하면 '리코 GR3'와 '가민 전자시계'다. 지알쓰리는 판매 물량이 없어 재고가 풀릴 때를 기다려야 했는데, 그게 때마침 이틀 뒤쯤이다. 근 한 달 기다렸는데 이렇게 어그러진다. 카메라까지 사면 나는 이사 간 집에서 카메라만 만지고 있어야 한다. 전자시계는 또 어떤가. 딱히 필요는 없지만 가지고 싶은 그런 마음에 장바구니링을 수차례 반복했다. 담았다 비웠다 담았다 비웠다. 그 결과 비우고 말았네. 내 마음은 안 비워지는데 이거 어쩔.

지갑이 비었으니 할 수 없다 하겠다.

돈이 있어도 참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살 수 있는 돈을 다른 데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을 지금 내가 해내려고 한다.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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