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요
이렇게 추워지면 말이죠. 여러모로 곤란한 일이 생겨요. 가령 그런 일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불 위로 내어놓은 목과 얼굴이 추워요. 거북이처럼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어 진단 말이죠. 본능에 따라 다시 얼굴을 집어넣어보지만 머리맡에 알람이 시끄럽게 울어대요. 계절에 관계없이 울어대는 일관성만은 칭찬할만해요. 팔을 뻗어 폰을 쥐면 알싸한 공기가 잠을 깨워요. 하지만 난 지금 아침이 필요 없는 백수란 말이죠. 이런 사고들을 매일 아침 반복해요. 단지 춥다는 이유로 말이죠. 정말 백수(스)럽다. 사토라레였다면 아마.
1. 일을 그만둔 뒤 첫 주예요. 일을 얼마 하지 않았으니 이런 구분에 큰 의미는 없어요. 그럼에도 사실상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그만둔 뒤 맞이하는 첫 화요일인 셈이죠. 게다가 어제는 면접 보자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오늘 면접을 보고 왔고요. 다시 이력서를 재정비해볼까 싶어 카페에 앉았어요. 커피숍 카드에 충전해놓은 금액으로 부지런히 쓰고 다닙니다. 지금은 별로 한 것 없이 브런치에 글을 쓰고 '다음엔 뭘 할까?' 하며 자리를 지켜요. 신촌 스타벅스는 오늘도 사람이 많고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활기찬 동네, 활기찬 마음. 좋네요.
2. 오늘 있었던 면접 이야기를 풀어볼까요. 살짝 빈정대는 현장에 다녀왔어요. 그래요. 면접관이죠. 나름의 검증 과정이겠지만 '압박면접'을 빙자해 '너 이럴 거 아니냐'거나 '너 이러면 어떡할 거냐'거나 '니 말이 A라면 A-1도 맞겠네?'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더라고요. 대답에 대답이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됐고요. 이런 식이면 굳이 면접에 부르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서로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말이죠. 어쨌든 회사 책임자급 한 사람과 실무진 두 명 사이에서 질문에 답을 했고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받은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회사는 어땠을지 지켜볼 일이죠. 사실 살짝 불필요한 '압박' 같았달까요. 물론 필요 여부를 결정하는 건 사측이긴 합니다만. 지원할 때보다 의욕이 훨씬 떨어졌다는 걸 기록해둡니다.
3. 요즘 들어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평생 문돌이로 살아온 저는 나이가 들거나 시간이 흘렀을 때 평범한 글쟁이/콘텐츠쟁이 등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몇 개월 전 한 콘텐츠 회사에서 잠시 글 쓰고 사진 찍을 때 이력서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요. 40대 후반을 넘긴 나이에 회사에 지원을 하더라고요. 그때 이사들이 그랬어요. "이 나이에 이력서를 썼다"며 "남 일 같지 않아서 섬뜩하다 야"라고. 지식산업이나 콘텐츠산업의 강점이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나이(연륜)와 함께 성장해갈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다뤄온 분야에서 벗어나면 경력으로 쳐주기도 힘든 것이 분야의 관례라 범용으로 쓰일 일이 적은 이쪽 일의 경쟁력을 장담하기 힘든 날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사진을 놓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만.
4. 오래된 집에서 삽니다. 어디 하나 고장 나도 연식으로 볼 때 그럴 만도 하지 하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집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기온이 아침저녁으로 0도 가까이 떨어지는 와중에 보일러가 이상한 거죠. '온수전용'으로 하면 따뜻한 물이 안 나옵니다. 방 전체에 보일러를 켜고 켜자마자 사용해야 온수가 뜨겁게 나옵니다. 처음엔 단순히 온수전용 모드의 고장인 줄 알았는데요. 방 전체 모드를 해둬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온수가 안 나오더라고요. 예를 들면 난방 가동 후 40~60분이 지나서 물을 틀면 아예 찬물만 나온다거나 하는 일이죠. 보일러를 껐다 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애매한 상황을 집주인에게 말해야 할지 괜스레 고민입니다만 뜨거운 물이 아주 안 나오는 건 또 아니라서 매일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5.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보면요. 끝날 때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며 노래가 나오거든요. 'A Million on My soul'이라고 Alexiane가 부른 곡이에요. 관련해서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저만 좋다고 느낀 건 아니더라고요.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되새기기 좋은 곡이었어요. 처음 들을 때는 리한나가 불렀나? 싶었는데 다른 인물이라서 조금 놀랐고요. 여기서 리한나가 저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어요. 이후 유튜브 '반복 듣기'로 계속 돌려 들었는데요. 대략 40번을 넘게 들은 것 같아요. 한 번쯤 들어보면 좋을 노래예요. 영화를 보고 들으면 더 좋고요.
6. 자동차 본넷에 고양이가 자꾸 올라가서 차체를 한 번 닦았거든요. 그런데 잘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있는 걸로 봐서 고양이 분비물이 아닌가 싶어요. 입김을 불어 브러시로 닦았지만 그런 이야길 들었거든요. 고양이들은 한 번 일을 본 자리에 자꾸만 올라간다고. 배변을 가리는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한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차 본넷이 고양이 화장실화 된 건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좀 더 조화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요. 어쨌든 차를 닦았는데도 고양이는 다시금 제 차를 찾았고, 오늘도 발자국이 본넷에 찍혀있네요. 어떡해야 할지...
7. 면접 볼 때 해외 인턴 경험을 들먹이며 영어를 할 줄 안다는 뉘앙스를 풍겼는데, 알고 보니 동석했던 면접관 중 젊은 사람이 해외에서 대학을 나왔네요. 교포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조금 민망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8. 티브이조선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찍었다며 '단독' 보도했네요. 그런 방식으로 찍은 질 떨어지는, 식별이 불가능한 영상을 이건희 회장이라고 보도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죠. 시청자에게 보이는 정보 이상을 기자는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야겠죠. 그게 아니라면 저 꼭지를 승인해준 데스크나, 보도 거리가 된다고 판단한 기자나 기준 미달일 테니까요. 여러모로 의문이 남는 뉴스입니다만 그래도 자신이 있으니 보도를 했겠죠?
9. 삼십 대에 기자가 되기까지는 수능 이후 맞이한 인생 2막 같은 느낌이었어요. 수능이 직업(장)을 위한 인생 1.5장이라고 한다면 '기자가 되는 일'은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기자를 해봤으니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그러니까 3막을 고민하는 일이 남았어요. 현재의 우선순위이기도 하고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일은 늘 당면한 문제가 되곤 해요. 그런 의미에서 과도기이긴 한데, 돈이 차고 넘치면 좀 더 이 기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연금복권이라도 한 장 사볼까 싶네요.
10. 슈퍼나 과일가게에서 파는 연시를 사다가 냉장고에 두고 얼린 뒤, 40~60분 정도 상온에 꺼내 두고 먹으면 어지간한 아이스크림은 씹어먹을 정도로 맛이 납니다. 어지간한 아이스크림보다 빨리 없어진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요. 최근 연시 15개들이 한 박스를 3980원에 구입했는데요. 근래 한 소비 중 베스트였다는 판단을 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