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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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외신을 보게 된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소스들이 해외에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늘 쓸만한 사이트 몇 개를 알아두고 뉴스레터도 신청했다. 요즘 미디어 사이트들이 구독 경제에 뛰어드는 추세라더니 해외도 마찬가지 같다.
일단 기사 몇 개를 훑어봤는데 눈이 돈다. 어지럽다. 파파고에 복붙 하기엔 기사 길이도 길다. 바로 읽어내기엔 피로가 높아 파파고와 구글을 애용하는 편인데 품이 많이 든다. 1차로 나온 내용을 정리하며 메시지가 맞는지 재확인한다. 정말 영어라도 제대로 해야 생활이 편할 것 같기도. 요즘은 중국에서도 최신 기술 발표가 잇따르고, 인도 시장도 주목할만하다는데 갈길이 얼마나 먼 건지.
근데 인도 시장 모니터링 어떻게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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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밸런타인데이라서 초콜릿을 좀 받았다. 동료들이나 상사한테 받았으니 3월 14일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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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선 이어폰과 관련된 일을 하나 겪었다. 아니, 목격했다는 게 적확하다. 신촌역에서 연희동으로 오는 서대문03 버스 안에서 생긴 일이다.
여학생 한 명이 명물거리에서 내리려고 부저를 눌렀다. 이윽고 명물거리에 버스가 멈췄는데 여학생은 내리지 못했다. 버스에 사람이 많긴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문 앞에 어떤 남자가 서있던 탓이다.
남자는 문 사이의 봉을 양 손으로 잡고 거의 문 앞에 붙다시피 서있었다. 여학생은 "저기요" "저기요!" 라며 몇 번이나 남자를 불렀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문이 닫혔고 학생은 내리지 못했다.
남자는 귀에 에어팟을 끼고 있었다. 부저에 불이 들어와 있고, 문이 열리면 한 번쯤 뒤돌아볼 만 한데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결과 내리지 못한 여학생은 이후 다음 정거장까지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에이씨", "하이씨", "아이씨".
아이러니하게도 연대 앞에 도착할 때까지 남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내릴 곳을 놓친 여학생만 잔뜩 짜증이 난 채로 뛰어내릴 뿐. 심지어 여학생은 친구와 통화하며 왜 자신이 내리지 못했는지 설명했는데, 학생을 내리지 못하게 한 남자를 제외한 모든 버스 승객이 이유를 알게 됐다.
이걸 보면서 무엇이 떠올랐냐면, 사람이 자신의 행위가 미칠 영향이나 파급력을 알지 못한다면 의외로 순수한 악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더라.
하지만 그 남자가 연희동에서도 문을 막고 서는 바람에 생각의 고리는 이어지지 않았고, 이내 내 일이 되어 남자의 옷을 잡아당겨야 했다.
'아니, 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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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서 그런 건 아닌데 굉장히 달달한 날이라는 기분이 든다. 아침에 아몬드 초콜릿 두 알을 입에 물고 나왔다. 출근 후 페레로로쉐 등을 선물 받았으며 점심때 당분이 가미된 라테를 마셨다. 들어와서 m&m을 먹었더니 마침내 그런 기분이 들어버렸달까. 달달로드를 정석으로 달리다가 종착지에서 "나 이 길을 달렸어"라고 고백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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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늘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라는 걸 알지만 일상을 PC의 영역으로 들여놓지 않기 위해 따로 언급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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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기획 기사용 공부가 필요할 듯하다. 영풍문고 홍대점에 가서 책도 좀 보/사고 필요하면 프린트도 해야 한다. 뭔가 보편적인 주제일수록 각 잡기가 쉽지 않아서 품은 품대로 들이고 평이한 기사가 나올까 봐 두렵단 말이지. 읽을거리가 산더미인데 정작 시간 할애하기가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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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이트를 보다가 신창원 관련 기사가 있길래 봤다. 신창원이 강도치사로 무기징역을 받은 상태에서 탈옥을 했다가 22년 6개월형을 추가로 받았다고. 그래서 22살에 구속돼 현재 53살이라고 하니 수감 년수가 상당히 길다. 게다가 탈옥 이후 12번이나 교도소를 옮겼다니 특이하지 않은가. 그래서 교도관으로 일하는 친구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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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걸리는 기사 제목 앞에 기자 이름 표기해줬으면 좋겠다. 누를지 말지 결정하게. 요즘은 매체보다 기자 개인의 역량이 기사 질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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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평가하는 사이트가 있던데 평가 기준을 기사의 질보다 기사가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에 두는 듯하여 신뢰도가 떨어졌다. 언론에 품은 불만이나 불신을 푸는 장으로 사이트를 활용하려는 기조가 보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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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취재하다가 잠시 만나 뵌 변호사님이 이번에 모 로펌으로 직장을 옮겼다고 카톡을 하셨다. 단체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답을 해야 할지 애매해 고민하다가 여기에 적는다. 일단 그분의 폰에도 내가 등록돼 있을 텐데 어디의 누구로 등록이 돼 있을지. 내 거처 또한 다소 변한 탓에 말이지.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인 걸까. 사회생활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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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자꾸, 자꾸만 배너 광고에 팬티 입은 남자 이미지가 나온다. 팬티 광고인지 뭔지 특정 부분을 부각해서 보여주는데 배너 사이즈도 작지 않다. 연동형 광고인지 뭔지 모를 게 사이트마다 따라붙으니 글을 읽는데 집중이 안 된다. 이 컴퓨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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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라 벌써부터 아쉽다. 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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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인스타에 재수 작가님(@jessoo)이라고 있다. 그림체와 표현력 등이 인상적. 최근 방송에서 실제 목소리를 들었는데 상상과 달랐다. 소설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작가님이 "이 캐릭터는 이렇게 생겼다"며 내 상상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그려준 기분. 뭔가, 혼란스러운데 여전히 애정 중. 그림체에 그리는 사람이 묻어난다는데 나도 이런 식으로 나를 묻힐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