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7

아추워

by OIM
KakaoTalk_20200217_110431381.jpg 날이 추워 그런지 늘 가던 커피가게에 손님이 너무 많아 오늘은 편의점 커피로 대신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맛이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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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러가 마트 푸드코트에 닭강정 가게가 하나 있다. '동경닭강정'이라고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지난해쯤 문을 연 걸로 안다. 한때 즐겨 찾다가 발길을 끊은 뒤 요즘 들어 발길이 잦다. 나처럼 혼자 사 먹으면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데, 2~3명이 함께 먹으면 가격도 선방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주인 내외분이 친절해서 비싼데도 간다(고 합리화).

며칠 전 여기서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가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안 매운맛' 中자를 시켜 집으로 가는 길에 푸드코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퇴근길이라며 신나서 집으로 가는데 맞은편에 웰시코기 한 마리가 앉아있다가 내 닭강정 봉지를 보고야 말았다. 그 펑퍼짐한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있다가 냄새가 났는지 어쨌는지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었다가 앉았다가 들었다가 앉았다가. 나는 이게 귀여워서 웃고 말았는데, 웃다가 웰시코기 주인과 눈이 마주친 게 아닌가. 가만히 앉아있던 애가 들썩이니 주인이 주변을 살피다가 웃는 내 얼굴을 쳐다본 거. 나는 이게 너무나 뻘쭘해서 걸음을 재촉했는데, 시야각에서 주인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웃는 표정을 본 것만 같다.

그와는 무관하게 닭강정은 맛있었고.

사족: 中자 시키면 양이 되게 적은 느낌이고 大자 시키면 양이 좀 많은 느낌이다. 1인 가구 남성 기준. 연희동 살면 한 번쯤 가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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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이 다가온다. 작년에 급하게 이사하면서 고시텔(건물)로 오는 바람에 공간이 주는 안정감 같은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진 '몸 누일 곳만 있으면 되지' 같은 마음가짐이었다면 이제는 '그래도 생활 반경은 고려해야'로 변했다. 그래서 알아보는 집들은 죄다 비싸고.

가능하면 이번에도 연희동에 머무를 생각이다. 사러가 마트를 중심으로 반경 1~2km 내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다. 생활편의란 걸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동네가 주는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때문에 이번 달과 다음 달 내 괜찮은 매물이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일은 마음먹은 대로 안 흘러가기 마련이잖아.

일단 대학가는 벗어나기로 했다. 나이를 먹은 탓인지 대학생들이 발산하는 밤의 에너지(?)를 감당하기 벅차다. 이전엔 주택가에 살았더니 저녁만 되면 동네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할 지경이라 체감도가 더 크다. 다시 주택가로 돌아가려고 벼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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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병행할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독립서점을 떠올렸는데 "망하기 딱 좋다"며 주변에서 만류 중. "돈 안 되는 걸 골라하려 한다"는 조언(?)도 쇄도 중. 한두 달쯤 전에 '밤의 서점' 갔다가 살짝 삘 받은 게 이렇게 이어진다.

일단 시장 조사하면서 알아낸 것 중 몇 가지를 여기에 적어보자.


1. 재고처리가 관건. 책이 안 팔려도 진열한 책 종류를 주기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되는 가게'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어떻게든 신간 등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게 된다고. 즉 고정비가 꾸준히 생긴단 말. 책값을 생각해서 초기 비용을 적게 잡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못 생각하는 거라고 한다.

2. 책을 도매로 뗄 루트를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출판사와 계약하면 좋은데 이게 쉽지 않다고. 특히나 독립서점 규모상 도매보다 저가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출판사를 뚫으면 수익을 내기 비교적 수월해지는데 어지간해선 힘들다고 한다.

3. 홍보가 관건. 입소문을 타서 어느 정도 고객층이 형성되면 그나마 기본(?)은 노려볼만한데 그때까지 버티기도 쉽지 않거니와 이후 유지하는 일도 문제라고.


이러나저러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시장 조사 기간에 두루두루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하락했다. 업종을 바꿔볼까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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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으로 인한 편의성 증대가 인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 여실히 느끼는 중이다. 예를 들어 외신 볼 때마다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 열 생각부터 한다. 대략적인 의미가 나오니까 번역할 때 훨씬 수월하다. 상대적으로 공부는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파파고 유료화되면 나는 결제할 수밖에 없어진단 말이지.

여담이지만 캐나다에서 영어 수업 들을 때 쌤이 해준 말씀이 생각났다.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에게 지원금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줘서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을 시행 중인데, 이게 결과적으로 그들을 길들이고 있다는 이야기. 지원에 익숙하게 만들어 친정부 성향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고.

그런 면에서 나도 친 네이버, 친 구글 중인데 유료화되면 변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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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인터뷰이 한 분 만나기로 했는데 워낙 언론 경험이 많은 분이라 내가 다 긴장 중. 인터뷰 내용은 간단한 편이지만 알맹이 없는 기사는 괜히 인터뷰이 시간만 뺏게 되는 셈이니 뭔가 의미 있는 기사가 되도록 알아보고 있는데 질문이 중구난방이다. 되도록 자연스러운 인터뷰가 좋지만 맥이 되는 질문 몇 개 정도는 잡고 가야...

같은 맥락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게 될 때 분야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긴장하는 편. 이를 테면 자살과 관련해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회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교수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며칠 전부터 공부를 해도 충분치 않다는 느낌을 현장에서 받는 편이다. 내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파고들 틈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인터뷰한 내용으로 기사를 엮으며 한 번 더 안타까움을 더하는 식.

생각해보면 쉬운 인터뷰가 어디 있었겠냐만 마음가짐은 왜 매번 달랐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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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이 와서 그런지 만원 지하철을 타게 됐다. 신촌역에서도 겨우 탔는데 이대 역에서 아주머니 두 분과 아저씨 한 분이 더 탔다. 거의 문 앞에 붙어있던 나를 밀면서 아주머니가 몸통 박치기를 시전 하셨는데, 여의치 않자 내 발을 밟으면서 들어왔다. 나는 놀라서 밟힌 발을 들었고, 그 자리에 아주머니가 발을 들여놓으면서 디딜 자리를 잃은 한쪽 발은 시청역까지 반쯤 허공에 띄워놓아야 했다. 아주머니가 발을 친 것도 아니고 실제로 '밟아'버려서 나는 고통에 살짝 "윽" 소리를 내고 말았는데 이럴 때 밟은 사람은 시선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더라.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고.

어쨌거나 밟아서 자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난생처음 당해 본다. 시도 자체는 굉장히 참신하게 비윤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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