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피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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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년 만에 동네 스벅 왔다. 산티아고에 다녀온 뒤 사실상 카페를 끊다시피 한 상태라 조금 낯설기도 하다. 기간으로 치면 거의 5개월만. 스페인에 다녀온 뒤 변한 것 중 하나가 이 부분인데, 순례길에서 한국처럼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를 거의 이용하지 못한 데다 커피만 홀랑 마시고 일어서는 습관이 생겨 이 부분이 다시 변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어 큰 마음먹고 왔다. 요 며칠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잠드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며 루틴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슬그머니 들어서 악순환을 한 번쯤 끊어낼 필요를 느꼈다. 그게 오늘인가 보다.
실은 오후에 모처럼 인터뷰를 하고 생각할 게 많아졌다. 인터뷰이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도 있는 데다 발언 자체도 정리해야 한다. 심지어 왜 때문인지, 배짱이 생겨 녹취도 안 했다. 나는 원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야, 라며 이야기 나누는 대로 워딩을 적었다. 그 과정에 적다가 이야기하다가 듣는 일을 반복하면서 다시금 삼위일체가 얼마나 난이도 있는 일인지 느꼈고... 뭔가 디테일이 머릿속에 남았는데 워딩에 없다거나 그 반대의 케이스가 있을까 봐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정리를 해두고 싶은데 너무 잠이 오는 게 아닌가. 날이 추웠는데 돌아다닌 데다 인터뷰 외에도 신경 쓸 게 있어서 계속 머리를 굴렸더니 희한하게 피곤하다. 그러니까 피로의 양상이 뇌에서 오는 게 아니라 몸의 피로로 나타난다는 게 특이점.
카페에서 커피 빨로 오후를 버티며 워딩 정리하려 했는데 잠 깬다는 명목 아래 이사 갈 방 찾고, SNS 뒤적이며, 커뮤니티 글 몇 개 봤더니 거의 잘 시간이다. 내 이래서 집으로 갈까 했지만 갔으면 지금쯤 자고 있겠지. 매일 퇴근 후 커피값 들여서 책 1권이라도 읽게 된다면 남는 장사일 텐데 선택과 집중이 이 정도로 부실해서야 시작 전부터 그른 게 아닐까. 문득 다이어리 첫 장에 써놓은 '버리는 일 없이'라는 문구가 상당히 철 지난 수사처럼 보인다. 무엇이든 가용 범위 내에서 욕심을 부리고, 가진 것을 모두 쓰며, 이를 위해 자신을 파악하는 일을 선행해야 한다고 연초에 적어놓은 문구인데 2월 들어 후회하는 짓은 바보 같은 면이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몸뚱이에 살 붙는다 싶더니 정신에도 지방이 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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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화요일 아니야?
= 내일 수요일 이잖아~
- 아, 수요일이야? 화요일 같은 기분이 들었어.
= 오늘이 화요일~
시청역 환승구간에서 지나가던 분들이 하던 대화를 듣고 괜히 놀랐다.
내일이 진짜 화요일일까 봐.
근데 이 글을 적으면서 되새겨 보니 요일에 연연하는 생활을 하게 됐다는데 어딘가 감사한 마음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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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전화 주신 분이 있는데 콜백 타이밍을 놓쳐서 1달 넘도록 연락을 못 드리고 있다. 이제 와서 다시 드리자니 뭔가 말이 궁색한데 안 드리는 것도 여간 불편해서 말이지. 이번 주 내로 두뇌를 풀가동해 구실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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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기에서 교도관으로 일하는 친구에게 신창원 관련 이야기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대답을 이곳에 적으려고 했다. 근데 너무나 날것 그대로의 대답을 내어놓는 바람에 추상적으로도 적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표면적으로 신창원이 생활하는 곳의 관리감독 시스템(사람)과 마찰을 자주 빚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는 보통 행간에 내막이 있다고 보는 편이라 그게 궁금했거든. 자세한 내용까진 아니더라도 무슨 이야길 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욕이 돌아오는 바람에:0 (벙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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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로 일하면서 고오급 장비를 쓰다가 최근 범용 보급기들을 쓸 일이 있었는데 결과물에 식겁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했는데 다른 장비를 쓰면서도 유사한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고 내가 사진을 못 찍는 건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하드웨어의 한계인지 사진 찍는 곳의 조건 탓인지 모르겠지만 사진기자를 경험한 사람의 결과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디 가서 사진 찍었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뭔가, 장비 탓을 하기도 궁색하고...
사족이지만 이제 사진 찍을 일이 없을 줄 알고 리코 gr3를 취미용으로 샀는데 애매하게 사진 찍을 일이 생긴단 말이지. 이럴 거였으면 같은 돈으로 5D Mark III(중고)를 사는 게 이득이었는데 이제 와서 바꾸기도 뭣하고... 또 막상 바꾸면 찍을 일이 안 생긴다. 경험에 근거한 사람 일이란 게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지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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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는 내 취향이 아닌데 아이폰 9는 출시가 연기될 듯하고, 나온다고 해도 통화 녹음이 필수인 상황에 매번 녹음기를 끼우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기도 싫고, 지금 쓰는 블랙베리는 불확실한 이유로 상대방의 목소리가 간혹 안 들린단 말이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내 니즈는 비교적 선명한 편인데 만족하는 기기가 하나도 없는 건 시장 문젠가 내 문젠가. 통화 내용도 기를 쓰고 워딩 하면 안 될 게 없다마는 전문 용어나 법적 다툼이 필요한 부분으로 가면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까 봐 천성이 쫄보인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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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기준 사러가 마트에 '엄마손파이' 할인한다. 254g 기준 인터넷 최저가 2410원까지 나오는데 비벼볼 만한 가격대로 판매 중이다. 명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2500~2800원대 사이인 듯. 아마 2860원 정도? 인터넷은 배송비가 붙으니까 사실상 사러가 마트 판매가가 지금 살 수 있는 가격 중에 가장 저렴한 편이다. 나처럼 어릴 적 엄마손파이를 먹고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 연희동 근처에 거주한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거다. 엄마손파이 할인하는 경우를 거의 못 봐서 거국적으로 적어둔다.
엄마손파이와 죠리퐁은 내 최애로 손꼽히는데 근래 죠리퐁 할인율이 크게 떨어졌다. 접때 마트에서 죠리퐁을 1000원대 후반 가격에 판매하길래 10 봉지를 샀더니 다른 가게 아저씨가 "죠리퐁 할인하나 보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요즘은 도통 그런 살가움을 연출할 기회가 없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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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즈아!